그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영국 BBC 방송사에서 죽기 전에 보아야 할 세계적 명소로 50군데를 선정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방송에서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즉 대망의 1위를 차지한 곳이 바로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콜로라도(Colorado) 강이 고원을 깎아 만든 협곡으로 실로 대자연의 걸작이라 부를만 했다. 이 세상 어느 협곡보다 뛰어난 경관과 자연의 경이를 지니고 있어 유명 관광지가 된지 오래다. 협곡을 이루는 절벽에서 20억년이란 시간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난 이 그랜드 캐니언을 제대로 보고 싶어 사실 아껴놓고 있었다. 사우스 림(South Rim)에서 1,600m 아래에 있는 협곡 바닥으로 내려가 하룻밤 야영을 하고 노스 림(North Rim)으로 올라오는 백패킹을 꿈꿨으나, 어쩌다 보니 집사람과 하루 일정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일종의 간보기라 할까.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협곡을 중심으로 남쪽은 사우스 림, 북쪽은 노스 림으로 나뉜다.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우스 림을 찾는다. 교통이 편리하고 연중 오픈하기 때문이다. 노스 림은 겨울이면 출입을 통제한다. 그랜드 캐니언 방문자 센터를 출발해 림 트레일(Rim Trail)로 들어서 마더 포인트(Mather Point)에서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까지 걸었다. 이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엄청난 풍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지만 너무 눈에 익은 풍경이라 가슴이 먹먹한 감동은 일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와서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백패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만 살짝 보는 그랜드 캐니언이 아니라 몸으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랜드 캐니언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니언 방문자 센터에 들러 공원에 대한 정보부터 얻었다.

 

 

 

그랜드 캐니언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협곡을 만나게 되는 곳이 마더 포인트일 것이다.

 

림 트레일을 걷다 보면 협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수시로 나타난다.

 

 

 

야바파이 포인트도 전망이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 일출로 유명한 전망대다.

 

 

야바파이 지질 박물관은 그랜드 캐니언의 지형과 역사, 화석 등을 전시하고있었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내에선 무료 셔틀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넓은 각도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볼 수 있는 호피 포인트(Hopi Point)는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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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9.20 1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사진으로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저도 한번도 안 가봤는데 죽기전에 꼭 가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저도 직접 하이킹을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갈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 보리올 2016.09.21 04: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랜드 캐니언에 필적할만한 대자연의 걸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저 앞에 서 있으니 인간이 참으로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가보고 협곡 아래로 하이킹도 해보거라.

 

뉴펀들랜드의 첫인상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울퉁불퉁한 땅에는 바위와 호수가 많았고 나머지 공간은 누런 풀로 덮혀 마치 황무지같아 보였다. 이런 땅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나 궁금해졌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집을 짓고 고기잡이로 어려운 삶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집이나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다가 한두 명씩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있어 가슴에 맺힌 한이 많았으리라. 그래서 외부인들과 쉽게 동화할 수 없는 뉴펀들랜드 고유의 애환이 생겼을 것이다. 챈스 코브(Chance Cove) 주립공원부터 들었다. 해안가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갔더니 반달 모양의 해변이 나타났다. 제법 거센 파도가 밀려왔다. 한데 그게 전부였다.

 

10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소설에 나왔던 지명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포르트갈 코브에 닿았다. 엄밀히 말하면 포르트갈 코브 사우스(Portugal Cove South)란 마을이고 이 마을 또한 소설 속에 여러 번 나왔던 지명이다. 띄엄띄엄 집 몇 채가 있었고 몇 척의 배가 바다에 떠있었다. 이 마을에서 10번 도로를 벗어나 왼쪽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다. 케이프 레이스(Cape Race)로 가려면 이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얼마를 달려 드룩(Drook)에 도착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오로라가 드룩에 사는 어부 가족에게 입양되어 결혼 전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오로라가 뛰어놀았을 언덕을 눈짐작으로 찾아 보았다.

 

 

 

 

 

챈스 코브 주립공원은 볼 것이 없었다. 황량한 초원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해변이 달랑 있을 뿐이었다.

해변은 길기는 했지만 자갈이 많아 해수욕장으론 그다지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10번 도로 상에 있는 포르투갈 코브 사우스에 닿았다. 여기도 황량한 풍경의연속이었다.

 

 

 

 

 

드룩 또한 황량함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찾을 수가 없었다.

도로는 해안가 구릉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고 거센 파도만 해안을 강타하고 있었다.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미스테이큰 코브(Mistaken Cove)5~6억년 전에 살았던 생물들의 화석이

 나오고 있는 지역이다. 워낙 해무가 짙어 다른 곳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런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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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10.12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량 쓸쓸 그 자체로 보여요..이런 곳에 살면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작가가 되는걸까요..

    곧 정주시 모습도 보겠습니다..^^

    • 보리올 2014.10.12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뉴펀들랜드는 황량함 그 자체, 다시 말해서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보러가는 곳입니다. 전 의외로 그런 풍경이 좋았습니다.

  2. Justin 2014.11.12 0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오래전에는 이 지구가 둥글지 않고 네모나서 끝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아마 정말 있었다면 저런 모습이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보리올 2014.11.12 1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에 있는 사진에서 지구의 끝을 보았다고? 퍽이나 특이한 시각이구나. 어떤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주었는지 꽤나 궁금한데?

 

말린 계곡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메디신(Medicine) 호수에서의 스노슈잉이 우리가 두 번째로 선택한 아웃도어 체험. 눈이 많은 지형에서 맨 몸으로 눈 위를 걷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부터 산악 지역이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스노슈즈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우리 말로는 설피(雪皮)라 부른다. 연간 강설량이 10m에 이르면 적어도 4~5m의 적설량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환경에서 눈 위를 걷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요즘에는 그 스노슈잉이 겨울철 아웃도어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날도 하늘이 흐리고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이렇게 춥지는 않았다. 이날은 수온주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재스퍼 어드벤처의 가이드가 우리를 메디신 호수로 안내했다. 미니밴 안에서 면책각서에 서명을 받는다. 사고가 나도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커플이 합류해 모두 여섯 명이 가이드가 제공한 스노슈즈를 신고 호수로 들어섰다. 메디신 호수는 신설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일컬어 설국(雪國)이라 하겠지. 순백의 눈은 너무나 깨끗해서 그냥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호수 뒤편에 버티고선 봉우리들이 모두 구름 속에 숨어 버려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스노슈즈를 신었음에도 20~30cm씩 푹푹 빠지는 것은 예사다. 꽤 힘들긴 했지만 그에 반해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호수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것도 겨울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호수 가운데 집채만한 바위 하나가 있었다. 가이드가 우리를 그 바위로 이끈다. 바위에는 고대 해양 동물의 화석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예전에 바닷속에 묻혔던 바위가 지각의 융기에 의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의미 아닌가. 어제 말린 캐니언에서 보았던 조개 화석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었다. 다시 드넓은 설원으로 뛰어 들었다.     

 

스노슈잉 목적지가 딱히 어디라고 정해진 곳은 없었다. 그저 시간되는대로 한참을 걷다가 심심하면 지그재그로 변화를 주고 코스가 너무 평탄하다 싶으면 호수 가장자리로 올라서곤 했다. 눈 위를 걷는 것이 보기보다 쉽지는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얼굴에선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너무 덥다고 눈 위에 누워 땀을 식히는 청춘도 있었다. 두세 시간 눈 위를 열심히 걸은 후에야 차량으로 되돌아 왔다. 모두들 기진맥진한 표정이었다. 스노슈잉은 나에게 그다지 낯설진 않지만 고국에서 온 친구들에겐 무척 신기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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