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루엣(Lilooet)부터 본격적인 골드 컨트리(Gold Country)로 들어섰다. 사실 골드 컨트리라 불리는 곳은 미국에도 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1858년의 카리부 골드러시(Cariboo Gold Rush)9년이나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골드러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나방처럼 금을 쫓아 몰려든 탐광꾼들이 만든 역사를 두 곳이 똑같은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날이 어두워진 시각에 릴루엣에 도착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인 릴루엣의 진면목은 아침에서야 둘러볼 수 있었다. 골드러시 당시엔 인구 15,000명을 지닌 대도시였고, 최초의 카리부 왜곤 로드(Cariboo Wagon Road)의 시작점, 즉 마일 제로로 불릴 정도로 골드러시의 물자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곳이지만, 현재는 인구 2,300명의 중소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투스카이 하이웨이라 불리는 99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진을 계속했다. 97번 하이웨이를 만나 우회전을 해서 남하를 시작했다. 곧 캐시크릭(Cashe Creek)에 닿았다. 몇 번 지나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인 줄은 미처 몰랐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와 97번 하이웨이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에 해당하지만 몇몇 비즈니스 건물 외에는 볼 것이 없었다. 벌거숭이 모습의 부드러운 산세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점은 우리 눈길을 끌었다. 캐시크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애쉬크로프트(Ashcroft)도 들렀다. 톰슨 강(Thompson River) 동편에 위치하고 있었고, 캐시크릭과 마찬가지로 골드러시로 성장한 도시였다. 역사적인 건물을 잘 보존하고 있어 많은 영화의 로케이션이 되기도 했단다. 옛 소방서 건물과 헤리티지 플레이스(Heritage Place)에 있는 역사적 유물을 둘러보고 톰슨 강을 따라 남으로 향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릴루엣의 차가운 아침 풍경을 만났다.



마블 캐니언(Marble Canyon) 주립공원에 있는 파빌리언 호수(Pavilion Lake)도 꽁꽁 얼었다.




교통 요충지인 캐시크릭은 마을을 둘러싼 산세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애쉬크로프트엔 몇 차례 화재에도 살아남은 역사적인 건물이 많았다. 헤리티지 플레이스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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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1.11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중턱에 있는 GRAD 81 이런 간판들은 졸업기수를 나타내는거겠죠? 독특하고 신기하네요!

    • 보리올 2018.01.12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 아이다호 주에 있는 조그만 마을의 산자락에 1920년부터 그곳 고등학교 졸업연도를 적는 전통이 있었는데, 여기도 그 전통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 저런 작은 아이디어가 마을을 살리는 것이 신기하지 않냐?



캐나다 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막내딸이 겨울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김에 집사람과 딸아이 둘을 데리고 12일의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 전날에 저녁을 먹으며 갑작스레 결정된, 조금은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시애틀을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내 제안에 따라 밴쿠버에서 멀지 않은 골드 컨트리(Gold Country)를 다녀오기로 했다. 700km의 거리를 이틀에 걸쳐 차로 한 바퀴 도는 것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BC주 내륙에 있는 골드 컨트리는 산악 지형과 준사막 지형이 적절히 섞여 있어 묘한 감흥을 주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 1858년엔 이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카리부 골드러시(Cariboo Gold Rush)의 주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밴쿠버란 도시도 이 골드러시 덕분에 탄생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홀슈베이를 향해 서진하다가 사이프러스 주립공원(Cypress Provincial Park)으로 가기 위해 하이웨이를 빠져 나왔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첫 번째 급커브에 자리잡은 전망대에 차를 세웠다. 밴쿠버 도심을 내려다 보려고 찾았건만 높은 건물 꼭대기만 조금 보일뿐 도시 전체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버렸다.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하얀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휘슬러를 향해 99번 하이웨이, 일명 시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달렸다. 이 하이웨이는 2006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세계 최고의 로드트립 대상지로 다섯 곳을 꼽았는데, 그 중의 하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포르토 코브(Porteau Cove)에 들러 바닷가를 잠시 걸은 후에 스쿼미시 하버(Squamish Harbour)로 갔다. 여기 가면 정박 중인 요트도 볼 수 있지만 내가 여길 자주 찾는 이유는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이라는 거대한 화감암 바위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거벽이 우리 시야를 꽉 메웠다. 아이들은 거벽엔 그리 관심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휘슬러 빌리지(Whistler Village)는 워낙 자주 찾은 곳이라 호기심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가 북미를 대표하는 스키 리조트 아닌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 표정과 분주한 길거리 풍경을 보고 싶었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 풍경보단 이런 북적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휘슬러 빌리지를 가로질러 오륜 마크가 세워진 광장까지 다녀왔다.




사이프러스 주립공원 초입에 있는 전망대에서 안개 가득한 밴쿠버를 내려다 보았다.




스쿠버 다이빙과 캠핑으로 유명한 포르토 코브를 잠시 걸었다.




스쿼미시 하버에선 요트 계류장 건너편으로 거대한 암벽을 자랑하는 스타와무스 칩을 조망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붐비는 휘슬러 빌리지



휘슬러 빌리지 북쪽에 있는 그린 호수(Green Lake)는 휘슬러 인근에선 가장 큰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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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1.05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즉흥여행도 척척! 너무 보기 좋아용! 정말 저 밴쿠버의 운해는 다시 봐도 감탄을 금치 못 하겠습니다~ 멋지네요!

    • 보리올 2018.01.06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짧은 가족여행을 가도 아들의 빈자리는 늘 느껴지더구나. 빨리 네 식구들도 함께 해야 할텐데. 올해 진짜로 리스본에서 전 식구가 모여 단합대회 꼭 하자꾸나. 손주까지 함께 한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어느 날 고국의 한 선배로부터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양반은 우리 나라에서 꽤 유명한 드라마 작가인데,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밴쿠버에 잠시 다니러 가니 산행을 좀 안내해주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산우회 정기 산행에 참여한 뒤에 별도로 날을 잡아 브랜디와인 밸리로 스노슈잉을 나갔다. 밴쿠버 산꾼 몇 명도 동참해 산행 인원이 제법 많았다. 겨울철에는 브랜디와인 크릭을 따라 걷는 스노슈잉이 제격이기 때문에 밴쿠버 겨울 산행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99번 하이웨이와 인접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에 나섰다.   

 

이곳 트레일은 스노모빌이 다닐 수 있도록 그루밍(Grooming)을 해놓았다. 그 트레일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발 2,162m의 피 산(Mt. Fee)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이 지역에서 가장 명물로 꼽히는 블랙 터스크(Black Tusk)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가는 것도 몰랐다. 해발 950m까지 왕복 15km를 걸어야 함에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트레일에서 만나는 복병은 바로 산중의 고요를 깨는 스노모빌의 소음과 코를 찌르는 배기가스였다. 스노모빌이 지나갈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와 매연에 눈쌀을 찌푸리게 되지만 어차피 이 트레일은 스노모빌을 위해 임시로 만든 길이니 우리가 참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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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4.25 0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ink Lady는 개근상 받으셨지요?
    참으로 대단하셔요...^^

    • 보리올 2014.04.25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관찰력도 예리하시네요. 그 양반은 한때 좋은 여행 파트너였는데 요즘은 체력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 듭니다.

    • 설록차 2014.04.26 0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분은 사진에서 매번 웃는 얼굴을 보여주십니다...
      다리 근육 못지않게 웃는 근육도 발달되신 분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근데 저 벌치이였어요...ㅎㅎ

    • 보리올 2014.04.26 0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세가 있으신 데도 모델과 같은 감각이 있으십니다. 포즈도 잘 잡지만 늘 웃는 표정이 좋지요. 산악 잡지에 실을 사진을 찍을 때 모델로 많이 나오셨죠.

 

 

우리가 브랜디와인 밸리를 걷는 것은 브랜디와인 정상을 오르거나 브랜디와인 메도우즈를 가는 산행과는 좀 다르다. 겨울철에 눈이 많이 쌓이면 그 두 곳은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브랜디와인 크릭을 따라 임도를 걷는 스노슈잉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산행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99번 하이웨이에 인접한 주차장을 출발해 왕복 15km의 눈길을 걸어야 하고 해발 950m 지점까지 꾸준히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산행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산행 내내 왼쪽으로 해발 2,162m의 피 산(Mt. Fee)의 위용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산 폭발로 생긴 이 산은 마치 마법의 성같이 생겨 다른 산과 확연히 구분이 간다. 가끔 뒤를 돌아 보면 블랙 터스크(Black Tusk)가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휘슬러에서 가까운 브랜디와인 밸리는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88km 떨어져 있다. 브랜디와인 밸리와 인접한 곳에 캘러헌 밸리(Callaghan Valley)가 있는데, 이곳이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당시 노르딕 스키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예전에는 숲으로 우거졌던 지역이 올림픽 개최로 인해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진 곳이다. 브랜디와인 밸리는 99번 하이웨이를 벗어나 캘러헌 밸리로 가다가 바로 왼쪽으로 꺽어져 들어간다. 이곳은 스노모빌(Snowmobile)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철엔 11km짜리 브랜디와인 스노모빌 트레일이 마련되어 있어 짜릿한 질주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모여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스노모빌 트레일은 우리같이 스노슈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노모빌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그루밍(Grooming)해 놓은 것이다. 그루밍이라 함은 기계로 눈을 치우고 바닥을 다져놓은 것을 말한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스노모빌을 위한 길을 우리가 잠시 빌려쓰는 셈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 길을 걸으려면 스노모빌이 내는 엄청난 소음과 매연을 각오해야 한다. 엔진이 내는 굉음을 들으면 얼른 길 옆으로 비켜서 길을 양보해야 했다. 그러면 그 친구들도 속도를 줄이고 손을 들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눈 위를 질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에겐 꽤나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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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1.28 0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당이 좋아할만한 곳이네요...ㅎㅎ 브렌디와인 폭포에서 브렌디 와인이 마구 쏟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할것 같아요...
    스노모빌을 타면 스릴만점이겠어요...물론 보리올님은 스노슈잉으로 천리를 가실테구요...^^

  2. 보리올 2014.01.28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브랜디와인 크릭에서 술이 마구 흘러내리면 대박일텐데요. 전세계 주당들 한 번씩은 다녀갈테니 금세 유명 관광지가 되겠지요?

  3. 권선호 2014.02.13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곧고 높게 자란 침엽수림과 설경도 참 멋진 조합이란 생각..
    햇살에 빛나는 설봉을 눈 앞에 둔 산꾼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을 듯 하네..
    뭔 복이 그리도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