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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 ②

산에 들다 - 캐나다 여타 지역

by 보리올 2014. 3. 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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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걷는 해안 트레킹은 산길을 걷는 것과는 좀 다르다. 우선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고 가파른 오르막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길이 습하고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무 뿌리에 걸리거나 다리나 판잣길에서 미끄러지면 다칠 위험이 있다. 바다로 나서면 바위나 자갈, 부목으로 뒤덮힌 해안을 걷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다시마가 썩어 해안에 널려 있는 구간도 지나야 한다. 산악 지형에 비해 발걸음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구간을 걸었다. 산길 상태는 전날에 비해 형편이 없었다. 여기저기 나무 뿌리가 드러나고 물웅덩이와 진흙탕도 꽤 많았다. 지뢰밭을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었다.

 

파킨슨 크릭 주차장을 출발해 솜브리오 비치로 향했다. 이 구간은 8km 거리로 전날에 비해서 더 짧았다. 낙엽이 떨어진 오솔길을 걸어 바닷가로 내려섰다. 여전히 바닷가 날씨는 해무가 잔뜩 끼어 흐릿했다. 시야가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중간에 미누트 크릭(Minute Creek)을 건넜다. 튼튼한 출렁다리를 새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낙차가 10m 되는 폭포를 하나 구경할 수 있었다. 숲길에서 해안으로 다시 나왔다가 흑곰 한 마리와 조우하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 흑곰은 냅다 출행랑을 놓는 것이 아닌가. 잠시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다가 카메라를 들고 녀석을 뒤쫓던 나를 보더니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망가는 녀석의 엉덩이만 멀리서 찍을 수 있었다.

 

출렁다리 하나를 또 건넜다. 솜브리오 비치의 트레일 기점은 거기서 멀지 않았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종착점에 도착한 것이다. 무릎이 완전치 않은 분도,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산에 다니질 못해 허약 체질로 바뀐 나도 예정 구간을 무사히 걸은 것에 안도했다. 비록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을 전부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조만간 남은 구간을 걷기 위해 다시 여길 찾을 것이다. 원래 이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1994년 빅토리아에서 열린 영연방 대회를 기념해 만들었다. 전체 구간 47km를 걸으려면 보통 2 3일이나 3 4일에 걸어야 하는데, 우리는 솜브리오 비치에서 차이나 비치까지 29km 구간을 걷지 못했다. 이 구간을 걸으려면 적어도 1 2일의 백패킹이 필요한 상황이라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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