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해안 트레킹에 나섰다. 밴쿠버 섬의 남서 해안에 걸쳐있는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이다.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남동쪽 기점인 차이나 비치(China Beach)에서 북서쪽의 보태니컬 비치(Botanical Beach)까지 47km 길이를 가진 트레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 두 트레일은 포트 렌프류(Port Renfrew)를 기점으로 남북으로 갈리고 있으니 가히 이웃사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중간에 탈출로가 없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 비해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중간에 두 개의 트레일 기점이 있어 진퇴가 다소 쉽다는 것이다. 중간에 위치한 파킨슨 크릭(Parkinson Creek)과 솜브리오 비치(Sombrio Beach)에 자동차 진입로가 있어 이곳을 통해 진입과 탈출이 가능하다.

 

이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은 우리 일행 중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노익장 한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코스를 택한다는 의미에서 이 트레일의 전체 구간 중 반을 이틀에 걷기로 했다. 북서쪽 기점인 보태니컬 비치를 출발해 파킨슨 크릭까지 하루에 걷고 다음 날에는 파킨슨 크릭에서 솜브리오 비치까지 걷는다는 계획이었다. 보태니컬 비치 안내판에서 지도를 보며 우리가 걸을 구간을 눈으로 먼저 확인했다. 보태니컬 비치는 바닷물이 담긴 웅덩이가 많아 다양한 해양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1900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여기에 해양연구소를 세웠는데, 접근로가 생기지 않아 결국 1907년에 폐쇄했다고 한다. 암석투성이의 바닷가는 짙은 안개로 시야가 거의 트이지 않았지만, 해무에 가린 바위와 숲이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보태니컬 루프 트레일을 걸어 나오며 후안 데 푸카 트레일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보태니컬 비치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안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일은 좁고 울퉁불퉁해 발걸음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숲길을 걷다가 해안으로 나갈 수 있는 사이드 트레일이 몇 군데 나타났다. 여전히 해무가 자욱해 신기루같은 해안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숲은 우람한 삼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쭉쭉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의 늘씬한 몸매에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 계단을 만들어 트레일을 낸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하지만 나무나 판잣길은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에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아차하다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때문이다. 또 밀물에 대한 경각심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안을 걷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급히 숲길로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닷물에 갇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파킨슨 크릭에 도착했다. 10km 거리를 5시간에 걸어 하루 트레킹을 마친 것이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4.04.01 0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들 하나하나가 멋집니다. 저렇게 해무에 빛이 들어오니까 느낌이 신비롭습니다.

    • 보리올 2014.04.01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대우림, 비치, 해무 등이 독특한 태평양 연안 풍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나중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가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것이야. 기대해도 좋지.

  2. 설록차 2014.04.02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도 일품이지만 직접 눈으로 즐기려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도 인상적이에요...
    아마 쓰러진 나무를 깎아서 계단처럼 만든거지요?

    • 보리올 2014.04.02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레일을 관리는 하지만 사람 손을 많이 대지는 않는 편입니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서 만든 계단도 그런 철학의 한 단면이라 보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