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일어나 텐트를 걷고 캠핑장을 나섰다. 빈트후크(Windhoek)로 이동해 거기서 하루 묵고는 그 다음 날 나미비아를 떠나기 때문이다. 차량 뒤로 뽀얀 먼지가 꼬리를 물 듯 계속해 따라왔다. 이미 보았던 풍경이라 시간을 지체할 이유도 없었다. 솔리테어(Solitaire)를 지나 월비스 베이(Walvis Bay)로 향하는 C14 도로를 타고 가다가 C26 도로로 우회전해 빈트후크로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막 지형을 벗어나 사바나 지역으로 들어섰다. 바닥에 푸릇푸릇 풀이 자라고 듬성듬성 나무도 나타났다. 키가 작은 관목들이 성기게 자라고 있어 벌거숭이를 겨우 면할 정도였다. 그래도 사막을 보던 눈에 푸르름이 들어왔고, 울퉁불퉁한 산악 지형도 덤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고도가 꽤 높은 고개까지 이어진 도로는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었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묘한 대조를 이뤄 기분도 상쾌한 드라이브였다. 나미비아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다. 정오 경에 빈트후크에 도착했다.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라고 도심은 차량과 인파로 꽤나 번잡했다.
빈트후크 도심에서 또 다른 해프닝이 있었다. 편도 3차선 도로에서 가운데 차선을 달리다가 붉은 신호등에 멈췄다. 앞뒤 좌우로 차량들이 가득했다. 우리 차량 뒤에서 두 친구가 양쪽으로 나눠 차 사이로 걸어오는 모습이 백미러에 비췄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이 우리 차 뒷문을 열려고 동시에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다행스럽게 문은 자동으로 잠겨 있어서 물건을 도난당하진 않았지만 빈트후크에 대한 인상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시내 구경을 나설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일찍 숙소에 체크인을 하곤 오후 내내 맥주로 시간을 보냈다. 계획에도 없던 여유에 여행을 반추하는 기회가 생겼다. 누가 나미비아에 대한 내 인상을 묻는다면, 사막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나미비아 역시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였다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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