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체류할 당시 거기서 만난 두 후배와 3박 4일 일정으로 남아공 케이프타운(Cape Town)의 와인랜즈(Winelands)로 여행을 떠났다. 순전히 와인만을 목표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내게는 퍽이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우리 가운데 가장 젊은 후배가 과거 파리에서 근무하면서 프랑스 와인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터라 나로선 와인에 대한 식견을 한 수 높이는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해 공항 터미널을 빠져나오면서도 남아공 와인을 선전하는 홍보물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와인 생산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아공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지역이라면 케이프타운을 둘러싼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 주를 들 수 있다. 와인 역사도 꽤 긴 편이다. 케이프타운을 세운 네덜란드인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이 처음 와인을 생산한 것이 1659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현재 남아공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면적은 25만 에이커로 전세계에서 17번째고, 연간 와인 생산량을 보면 세계 톱 10에 들어갈 정도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와인 생산국이란 의미다. 레드 와인 품종으론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쉬라(Syrah), 피노타지(Pinotage), 메를로(Merlot)가 주종이고, 화이트 품종으론 슈넹 블랑(Chenin Blanc)을 가장 많이 재배하며 그 뒤를 콜롬바드(Colombard),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가 따른다. 케이프타운 주변에 13개 와인산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스텔런보시(Stellenbosch)와 팔(Paarl), 프랑슈후크(Franschhoek), 서머셋 웨스트(Somerset West), 웰링턴(Wellington)을 통틀어 와인랜즈라 부른다. 그 안에 있는 어떤 지역을 가도 몇 군데 와이너리밖에는 들를 수 없는 일정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좀더 유명한 지역과 와이너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숙소를 겸하는 지븐바흐트 와이너리(Zevenwacht Estate)였다. 행정구역으론 케이프타운에 속하지만 스텔런보시에 인접해 있었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이름도 네덜란드어로 ‘일곱 가지 기대’란 의미라 했다. 주변에 푸르름이 풍성했고 잔잔한 호수도 하나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멀리 그 유명한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이 보이기도 했다. 숙소인 컨트리 인(Country Inn)에 체크인했다. 룸은 꽤 넓고 고풍스러웠으며, 탁자엔 웰컴 드링크로 메를로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호텔 게스트에겐 무료인 와인 테이스팅에 나섰다. 직접 생산한 와인 16가지 종류 중에 네 가지를 고르라 했다. 그 모두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저녁도 와이너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1800년에 지었다는 건물은 간결한 곡선미에 하얀색으로 칠한 케이프 더치(Cape Dutch) 방식이었다. 음식은 수프에 립아이(Ribeye)를 시켰는데 심플하게 나왔다. 음식에 맞춰 와인은 Z 리저브 2014와 쉬라 2017을 시켰는데 와인 테이스팅 때보단 맛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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