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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다 - 한국

by 보리올 2015. 7. 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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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을 오르기로 한 고등학교 동기들 8명이 제주공항에 모였다. 서로 출발지가 다르고 설사 출발지가 같더라도 항공사나 출발시각이 달라 아예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캐나다에서 좀 일찍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아공에 사는 친구 한 명이 사전 연락도 없이 제주공항에 나타나 반가움이 더 했다. 친구들은 모처럼 한라산을 오른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는 모양이었다. 한라산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영산이면서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해발 1,950m의 고도를 자랑하는 산이니 그럴 만도 했다.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 한잔으로 오랜만의 만남을 자축하곤 제주 시내에 있는 모텔을 잡아 하룻밤을 보냈다.

 

내가 한라산을 처음 찾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눈으로 백록담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한의 유비가 제갈공명의 초옥을 세 번이나 찾아가 군사로 맞아들인 일을 일컫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이런 경우에 쓰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백록담은 삼고초려와 비슷했다. 백록담을 보기 위해 한라산을 오른 적이 세 번이었는데 이번에서야 그 진면목을 보았기 때문이다. 첫 산행에선 온통 희뿌연 가스만 보아야 했고, 두 번째는 눈보라 치는 악천후로 정상 출입을 통제해 그 아래 대피소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산행은 성판악에서 시작해 관음사로 내려섰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지만 해가 뜬 이후에야 성판악에 도착했다. 아침 7시 산행 시작이 좀 늦어진 것이다. 성판악 매표소 앞에는 산행을 준비하는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주차장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급경사는 없지만 등반고도도, 거리도 만만치 않아 다리가 꽤나 뻐근했다. 정상까지 오르막 등산로의 길이는 9.6km.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적혀 있었다. 출발점인 성판악이 해발 750m니까 정상까지의 등반고도는 무려 1,200m에 이른다. 우리 나라에서 등반고도 1,000m가 넘는 곳이 흔치 않은데 한라산이 그 중의 하나였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사발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여기를 정오 이전에 통과하지 못하면 정상으로 오르는 것을 통제한다고 한다. 다행히 날씨도 화창했고 시간적인 여유도 많았다. 아이젠을 하고 쉬엄쉬엄 눈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백록담에 닿았다. 정상에 있는 이 화구호는 둘레 길이가 3km에 이르고 폭이 500m나 된다. 처음 접한 백록담 진면목에 가슴이 벅찼다. 구석구석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좋았다. 거기에 제주 10경 가운데 하나라는 백록담에 쌓인 눈, 즉 녹담만설(鹿潭晩雪)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한라산이 내게 준 보너스였다. 기서 관음사 안내소까진 또 8.7km의 하산길이 우릴 기다렸다. 이 하산 코스가 의외로 경사가 심했다. 눈이 녹으면서 길이 미끄럽기도 했다. 산행을 모두 끝냈더니 노곤함이 밀려온다. 다들 해수온천탕으로 몰려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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