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몽블랑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이 밝았다. 내심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건만 창 밖으로 확인한 날씨는 온통 구름뿐이었다. 산행 중에 비를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비를 입는 등 비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플레제르를 출발해 플랑프라(Planplaz)까지 두 시간 가량 걸었다. 지난 번에 이 구간을 걸을 때는 몽블랑을 바라보며 발걸음도 가볍게 걸었는데, 이번엔 몽블랑은커녕 산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간이 많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요동치는 구름이 조금씩 걷히면서 산자락이 살며시 자태를 드러내곤 하는 것이었다. 흰 구름과 검은 산자락이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그 안에 숨어있던 연두색 초지도 드러나곤 했다. 해발 1,999m에 있는 플랑프라에 도착하면서 뚜르 드 몽블랑 종주는 막을 내렸다. 거기서 샤모니까진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기로 했다. 하이파이브나 허그, 점프샷으로 무사 종주를 자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레제르 산장을 출발해 샤모니로 내려가는 케이블카 아래를 통과했다.
때론 짙은 구름 속을 뚫고, 때론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플랑프라로 향하는 산길을 걷고 있다.
구름이 짙은 구간은 안갯속을 헤매는 것처럼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구름 사이로 태양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날씨가 좋아질 기미를 보였다.
구름이 옅어진 틈새로 샤모니 계곡 건너편에 있는 몽블랑 산기슭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자락에 매달린 하얀 구름이 만드는 풍경은 마치 진경산수화를 보는 것 같았다.
플랑프라에 무사히 도착함으로써 뚜르 드 몽블랑 종주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비에 젖은 몸을 잠시나마 녹인 플랑프라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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