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TMB라 부르는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10m)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통상 샤모니에서 출발해 샤모니로 돌아오는데 그 과정에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스위스를 거쳐야 한다. 170km에 이르는 전구간을 돌려면 대략 10일 정도 소요되고, 풍경이 아름다운 구간만 골라 5~6일에 걷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난 사실 뚜르 드 몽블랑을 여러 차례 걸었다. 대부분 산장에서 묵으며 산행을 이어갔기 때문에 늘 패턴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캠핑팀을 따라 나서게 되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캠핑팀이라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백패킹은 아니었다. 텐트와 침낭, 취사구, 식량 등이 든 무거운 등짐을 직접 메고 산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하루 산행에 맞는 가벼운 배낭만 꾸리고 텐트, 침낭 등 무거운 짐은 트럭이 다음 야영지로 옮겨다 주는 방식이었다. 각자 산을 즐기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제네바 국제공항에서 레 우슈(Les Houches)로 향했다. 샤모니 가기 전에 있는 마을로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었다. 밤 늦은 시각에 샬레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했더니 구름이 자욱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TMB를 걷는 첫날부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케이블카로 벨뷔(Bellevue)로 올랐다. 1,800m 높이의 고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단숨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날은 여전히 궂었다. 몽블랑에서 구떼(Aiguille du Gouter, 3883m)로 이어지는 능선도 모두 구름에 가렸다. 트램이 다니는 철길을 넘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에 젖은 나무와 풀이 오히려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초목이 발산하는 싱그러운 냄새에 산행이 그리 힘든 줄을 몰랐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계류 위에 놓인 출렁다리도 건넜다. 긴 오르막 끝에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를 넘었다.

 

내리막 길을 걸어 미아지 산장(Ref. de Miage)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상황이라 산장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우리가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는 대신 커피나 맥주를 시키는 것으로 절충을 보았다. 계곡 아래로 내려서 개울을 하나 건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트룩 산장(Auberge le Truc)도 지나쳤다. 콩타민(Les Contamines)으로 들어서는 초입은 산골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느 집은 겨울에 쓸 장작을 마치 디자인 요소를 감안한 것처럼 벽면에 쌓아 놓았다. 이리 미적 감각이 뛰어난 고수가 산골에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성당이 있고 도로가 지나는 마을 중심은 꽤 큰 건물로 번화스러워 보였다. 수퍼마켓에서 저녁 먹거리를 준비했다. 외곽에 있는 캠핑장까지는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퐁테(Le Pontes)라는 캠핑장은 통나무로 지은 캐빈도 있었고 잔디가 깔린 공터엔 텐트도 칠 수 있었다. 일행들은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한다 바빴다.

 

레 우슈에서 하룻밤 묵은 샬레는 통나무로 지어 꽤나 운치가 있었다.

 

 

레 우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 800m 고도를 높여 벨뷔로 오른다.

 

해발 1,800m에 위치한 벨뷔에서 케이블카를 내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벨뷔를 출발해 산길로 들어섰다. 비에 젖은 산길은 꽤 미끄러워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히말라야 브리지로 불리는 출렁다리도 건넜다.

 

 

산길을 따라 핀 야생화가 빗방울을 머금고 있어 청초한 느낌을 더 했다.

 

한 젊은이가 산악자전거로 TMB를 따라 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해발 2,120m 높이에 있는 트리코 고개를 넘어 내리막 길을 걸었다.

 

침실이나 침상, 캠핑 가능한 공간을 구할 수 있는 미아지 산장

 

 

계곡 아래로 내려서 개울을 건넌 후엔 다시 오르막 길을 걸어야 했다.

 

 

하루 산행을 마무리하는 레 콩타민 마을로 내려섰다.

 

 

콩타민 외곽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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