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베시사하르(Besisahar)에서 만나기로 했던 버스를 쿠디까지 오라 했던 모양이다. 쿠디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의사 전달이 잘못된 걸까? 결국은 베시사하르까지 걸어 나가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걸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배낭을 메고 한 시간을 걸어 나가려니 입이 나온다. 2주간이나 열심히 걸어 놓고는 한 시간 더 걷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베시사하르에서 버스를 만나 짐을 싣고 카트만두로 향했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잠에 떨어졌지만, 난 지나치는 풍경을 눈에 담으려 잠과 싸우고 있었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설산이 나타나 문명으로 나가는 우리를 배웅한다. 둠레(Dumre)까지 나가는 동안 내 눈을 스쳐간 한국 기업의 광고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가옥이나 건물 벽면에 붙은 대우의 오리발 로고와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LG전자, 조양상선의 광고판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곡예하듯 6시간이나 달려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다샤인 축제 때문인지 도심에는 엄청난 인파와 교통 체증이 우릴 반긴다. 지나가는 차마다 경쟁하듯 경적을 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하다 싶었다. 고요한 산 속에서 수양을 쌓고 돌아온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허무는 것 같았다. 안나푸르나 호텔에 짐을 풀고, 앙 도르지가 운영하는 빌라 에베레스트 식당에서 통돼지 바비큐로 거창하게 만찬을 즐겼다. 소주에 양주까지 곁들여.
<트레킹 요약>
2004년 10월 6일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10월 2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산악인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캠페인>에 참가해 펼친 이 활동에 대하여는 <월간 山> 2004. 12월호에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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