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플량에서 레테까지 이틀 구간은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길도 넓직하고 숙박시설도 꽤 좋은 편이다. 칼리간다키(Kaligandaki) 강을 따라 고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천천히 걸어 오른다. 전형적인 네팔 산길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이 길은 옛날부터 티벳과 네팔을 오가며 장사하던 상인들이 다니던 길이라 오늘도 여전히 등짐을 진 말떼와 몰이꾼이 지나간다. 말똥을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지만 말똥 냄새를 피할 방법은 없다.

 

말떼와 몰이꾼들의 쇳소리에 더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양떼들, ‘나마스떼를 외치며 손을 벌리는 개구쟁이들까지 모두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풍경들이다. 고소 적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모두가 마음 편하게 이 풍경을 즐기진 못한다. 처음 히말라야를 찾은 사람들이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은 법. 그러나 여기서 가타부타 이야기할 것은 없다. 일단은 일정 고도까지 올라가서 몸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수밖에.

 

티플량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앞에 마오이스트 한 명이 나타났다. 소총 대신 영수증 철을 들고 통행료를 요구한다. 네팔 반군들과 정부군 사이에 수시로 교전이 벌어진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행료만 제대로 내면 반군들이 외국인 트레커를 노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통행료 수입이 그들 자금줄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반증이리라. 한 대장이 겁도 없이 통행료가 비싸다며 협상에 들어가 일인당 10달러 선으로 합의를 보았다.

 

타토파니(Tatopani)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얀은 우리 걱정과는 달리 수제비도 맛있게 먹는다. 타토파니는 뜨거운 물이란 의미로 온천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고소 적응을 걱정할 높이는 아닌지라 일부는 온천욕을 하러 갔다. 실외에 크지 않은 노천탕이 있었다.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허름한 시설도 있었는데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시 조금 넘어 다나(Dana)에 도착해 텐트를 쳤다. 한 대장이 요리사 치링에게 닭도리탕을 주문했다. 치링은 작은 키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친구인데, 한국 음식은 꽤 잘 한다. 치링이 만든 음식치고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먼 고지로 닭을 팔러 가던 닭장수가 졸지에 홍재를 했다. 한 마리에 300루피씩 열 마리를 졸지에 팔게 되었으니 말이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