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롭슨 ①

 

캐나다 하면 대자연이 살아있는 나라라고 흔히 이야기를 한다. 푸른 호수와 울창한 수림, 거기에 하늘로 솟아오른 산봉우리와 빙하까지 더해지면 이런 천혜의 자연을 갖춘 나라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캐나다 자연 환경을 이렇게 간단히 몇 줄로 표현해 낼 수는 없는 일.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를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몸으로 부대껴야만 그 속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캐나다로 건너온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우리나라 산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한왕용 대장이 초등학교 1년생인 아들 대성이를 데리고 캐나다로 건너왔다. KBS에서 방영하는 <일요다큐 산>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이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이란 상징성을 가진 롭슨 산(Mt. Robson)을 먼저 찾았다.  옐로헤드 하이웨이(Yellowhead Highway)로도 불리는 16번 하이웨이로 들어서자, 좌우로 우람한 산세들이  나타나며 이미 로키로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달리는 차량 앞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롭슨의 웅장한 자태가 나타났다. 대단히 위압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롭슨의 정상을 온전히 볼 수가  있었다. 세 번째 발걸음만에 나에게 처음으로 정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워낙 일기 변화가 심하고 산세가 높은 곳이라 정상을 볼 수 있는 날이 흔치 않았다.

 

산행 첫날은 날씨가 좋았다.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짧은 트레일 두 개를 걷기로 했다. 루크아웃 트레일(Lookout Trail)을 먼저 걸었다. 공원 안내소 주차장 동쪽 끝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이 트레일은 왕복 4km의 짧은 트레일이라 30분만 걸으면 롭슨 정상이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녹색으로 우거진 숲길을 걸어 오르기 때문에 의외로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상쪽으로만 조망이 좀 트였다. 공원  안내소에서 정상을 보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다는데 의미를 갖기로 했다.

 

 

 

 

 

 

 

오후에는 마운트 피츠윌리엄 트레일(Mount Fitzwilliam Trail)을 걸었다.  알버타 주와, 그리고 재스퍼 국립공원과 경계선에 가까운 위치에 있어 차로 30여 분을 달려가야 했다. 옐로헤드 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 건너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로킹햄 크릭(Rockingham Creek)에 있는 캠핑장까지 편도 7.2km를 걸었으나 풍경에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등반고도는 600m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여기서 6.8km를 더 걸으면 호숫가에 조성된 캠핑장에 닿지만우리는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좀 지루하고 심심한 숲길이었다.  분홍색 꽃을 피운 파이어위드(Fireweed), 하얀 꽃을 지닌 데이지(Daisy)가 우릴 반겨줘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