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부(Bugaboo)는 엄청난 바위산을 지칭한다. 클라이머들의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거대한 암벽들이 있는 곳이라 북미에선 요세미티와 버금간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접근성에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젓하게 등반을 원하는 바위꾼들이 가끔 찾는 곳이다. <일요다큐 산> 촬영에 앞서 사전 답사를 한답시고 소문으로나 들었던 곳을 내 발로 직접 걷게 되었으니 그 감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부가부 주립공원은 현지에선 ‘바가부’라 불리는데, 우리에겐 이미 부가부란 지명으로 알려진 곳이라 여기서도 부가부라 적는다.
부가부는 컬럼비아 강을 사이에 두고 로키 산맥과 마주보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캐나다 로키 산맥에 속하진 않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의 주요 산맥 중에 하나인 퍼셀 산맥(Purcell Mountains)에 속해 있다. 석회암으로 구성된 로키산맥과는 달리 부가부는 주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가부(3,176m), 스노패치(3,063m), 하우저(3,398m), 피젼(3,124m) 등 해발 3,000m가 넘는 침봉들이 즐비한 까닭에 전세계 클라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원정대를 꾸려 여기를 찾을 정도이니 가히 클라이머들의 메카라 부를만했다.
침봉들이 모여 있는 언저리에 콘래드 케인(Conrad Kain) 산장이 있다. 우리의 부가부 산행 목적지였다. 주차장에서 산장까지는 5km 거리에 등반고도는 720m다. 배낭의 무게에 따라 2시간에서 3시간이 소요된다. 차를 세우고 그 주위를 철망으로 감싸야 했다. 여기 서식하는 다람쥐들이 고무 배관이나 바퀴를 갉아 먹기 때문이다. 개울을 따라 평탄한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경사가 가팔라졌다. 숲길을 벗어나면 하늘이 열리며 시야가 탁 트인다. 하얀 빙하와 시커먼 침봉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그 중에서 부가부 빙하에 둘러싸인 하운드스 투스(Hound’s Tooth)가 단연 압권이었다. ‘사냥개의 이빨’이란 별난 이름을 가진만큼 그 생김새도 독특하게 생겼다.
가끔 로프가 매어진 벼랑길을 걷기도 하고 때론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했다. 발걸음만 조심하면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해발 2,230m의 높이에 있는 산장에 도착해 오르막을 멈추었다. 헬리콥터가 산장으로 뭔가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가픈 숨을 진정시키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파노라마 풍경이 대단했다. 멀리 로키 산맥의 연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뒤로는 오늘날 부가부의 명성을 있게 한 침봉 몇 개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그 광경에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왔다. 역시 부가부다웠다. 날씨까지 맑아 산장을 내려서는 우리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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