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었다. 이곳으로 오를 때 낙석 사고가 있었던 구간이라 출발시각을 앞당기기로 했다. 새벽녘 어스름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일찍 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서둘렀다. 고산병에 시달리던 사람들도 빨리 이 고지를 벗어나고 싶어하리라. 두 시간 가량 열심히 걸었을까. 우리 양옆에 있던 절벽이 사라지고 산자락이 제법 멀리 자리잡았다. 낙석 위험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멀리서 돌 구르는 소리는 요란했다.

 

선두는 어디를 지나는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급히 쫓아갈 이유도 없기에 여유롭게 주변 경치를 둘러본다. 그 때, 우리 오른쪽 뒤편으로 거대한 산군 하나가 나타났다. 꿈 속에서나 그리던 에베레스트가 우리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그 옆에 있는 로체와 로체샤르도 보인다. 이들을 맞을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다가오다니무심하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바위를 찾아 그 위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건한 마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올려다 보았다. 모처럼 한가하던 카메라가 다시 바빠졌다.

 

상행 구간에 무척이나 지겨웠던 바룬 빙하의 너덜지대를 또 걷는다. 무릎이 시큰거려도 멈출 수는 없는 일. 거의 3일간 너덜지대를 걸었으니 입에서 신물이 날만 하다. 우리가 걷는 너덜지대 아래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빙하 아래로 물이 개천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그 위를 이렇게 태연하게 걷고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당말 베이스 캠프로 내려오면서 각양각색의 돌무늬가 시선을 끌었다. 바위로 생성되어 이렇게 계곡으로 떨어져 마모될 때까지 수 만년이 흘렀겠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이런 무늬를 보게 된다. 일행들과 떨어져 돌무늬에 관심을 보이다가 가장 늦게 당말 베이스에 도착했다. 라면을 끓여 늦은 점심을 대신했다. 도중에 삶은 계란과 감자로 요기를 해서 그런지 그리 시장하진 않았다.

 

텐트에 들어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갑자기 궂어지며 비바람에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때는 밖으로 나도는 것보다 침낭 안이 최고다. 어느 새 낮잠에 빠졌다. 이러다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큰일인데 하면서도 잠을 뿌리치지 못했다. 저녁을 일찍 먹으면 보통 10시간에서 11시간을 잠으로 때워야 하는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엄청난 고역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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