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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9>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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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장이 허리가 좋지 않음에도 하이 베이스 캠프로 운행을 결정했다. 본인 문제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출발 전 축구선수들처럼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파이팅을 외쳤다. 여기서부터 하이 베이스 캠프까지는 하루 거리다. 하루를 푹 쉬었더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고소 증세로 그렇게 힘들어 하는 대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조심해야 할 곳은 바로 오늘 구간이다. 당말을 출발하면 5,000m 고도를 들어서면서 하루 종일 이 고도에서 걷고 자야 하니 다들 긴장할 수밖에.

 

마칼루를 오른쪽에 끼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빙하를 따라 펼쳐진 모레인 지대에 엄청난 너덜지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무릎이 튼튼하다 해도 당해낼 없는 곳이었다. 돌들이 불안정해 우리를 더욱 긴장시킨다. 아차 하면 발목을 삐끗할 위험이 높아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었다. 멀리선 눈사태 나는 소리가 들리고 계곡 양 옆에 가파르게 솟은 절벽에서는 돌들이 굴러 떨어진다. 재수가 없어 돌에 머리라도 맞는다면 생명이 왔다갔다할 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위를 쳐다보기 바쁘다. 우리 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계곡 한 가운데 모여 감자와 달걀을 삶아 점심을 해결했다. 식욕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먹어 두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감자 삶을 물을 구할까 궁금했는데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가이드 한 친구가 빙하 어느 부위를 돌로 깨니까 거기서 물이 콸콸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 친구들은 귀신같이 물줄기를 찾아낸다.

 

점심을 마치고 먼저 출발한 대원 중에서 사고가 났다. 오른쪽 절벽 아래를 걷던 유성삼 선배가 낙석에 허벅지를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환자 발생!”이란 외침에 대원, 스탭들이 득달같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옆에서 부축을 하며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속력은 더딜 수밖에. 한 대장이 옹추와 협의해 오늘 야영지를 재패니스 베이스 캠프로 변경했다. 서너 시간 일찍 운행을 마치게 된 것이다. 텐트 안에서 다친 부위를 확인했더니 그 사이에 환부가 시커멓게 멍이 들었고 엄청 붓기도 했다. 머리에 맞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원래는 하이 베이스 캠프에 올라 하룻밤을 묵기로 했던 일정이 부상자 발생으로 차질을 빚었다. 우리야 일찍 운행을 마쳐 내심 좋기만 했지만서도. 해발 5,400m인 재패니스 베이스 캠프에서의 하룻밤도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대장이 일정을 조정했다. 텐트를 그대로 여기에 두고 내일 하이 베이스 캠프에 올라 청소를 마친 후 다시 여기서 하루를 묵겠다 공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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