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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2>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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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알리는 수탉이 너무 일찍 울었다. 그 뒤를 이어 강아지 짖는 소리, 나무에서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 옆 텐트에서도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첫 야영에 가슴이 설레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나와 텐트를 같이 쓰는 한 대장도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더니 책을 꺼내 든다.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대장은 다른 산사람에 비해 상당히 가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도대체 섭씨 30도가 넘는 히말라야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제 입었던 긴팔 옷을 벗고 반팔 티셔츠를 걸쳤음에도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햇볕에 노출된 팔은 금방 빨갛게 익어 버렸고. 고산병보다 일사병에 심신이 지쳐간다. 다리는 왜 이리 무거운지히말라야에 오면 통상 사계절을 다 겪는 느낌이다. 이렇게 덥다가 고도를 높이면 겨울같은 날씨를 만나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짐이 많아진다.

 

산허리를 잘라 도로를 놓는 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바위 절단면이 의외로 매끈했다. 사람 손으로는 이렇게 잘 자를 수는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쭈그리고 앉아 구경만 하고 무거운 해머를 들고 바위를 깍는 사람은 대개 여자들이었다. 하루 일당으로 얼마나 받는지 물어 보았다. 150루피를 받는다 한다. 이렇게 일하고 하루 2,000원 좀 넘는 금액을 받는다? (Num)까지 도로를 놓는 이 공사는 몇 년 전에 시작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오로지 사람 힘에 의존해 망치로 돌을 깨고 있으니 년은 걸리겠지.

  

치치라(Chichila)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치치라를 출발하자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꺼내 들었다. 근데 이게 여우비였다. 금방 그치더니 다시 햇빛이 쨍 내리쬔다. 해발 2,100m에 있는 데우랄리를 지나 산길은 내리막을 시작하더니 무레, 눔으로 계속 고도를 낮춘다. 눔의 해발 고도는 1,560m. 눔에 점점 가까워지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우산을 꺼내 들었다.

    

11시간 걸려 도착한 눔은 능선 위에 묘하게 자리잡은 마을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시간 운행에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만보계를 가지고 온 사람이 오늘 36,000보를 걸었고, 이는 24km에 해당되는 거리라 한다. 빗줄기 속에서 텐트를 쳤다. 포터가 메고 오는 카고백을 기다렸다. 그 안에 있는 침낭이 젖으면 큰일인데 다행히 비닐로 카고백을 둘러싸 비를 맞지는 않았다. 저녁에 닭도리탕이 나왔는데 양이 무척 적었다. 마을에서 닭 두 마리를 간신히 구했단다. 밥은 남았는데 닭도리탕은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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