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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5>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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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싸락눈이 텐트를 때렸다. 춥고 축축한 텐트 안에서 날씨를 걱정하며 바깥 날씨를 살피니 하늘이 너무나 쾌청한 것이 아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 같았다. 오늘은 십튼 라를 넘어야 하는 심적 부담이 있었는데 날씨만 좋다면야 뭔들 못하겠는가. 눈길 산행에 대비해 스패츠를 착용했다. 히말라야가 처음인 사람에겐 오늘 구간이 처음으로 맞는 시련일 것이다. 조금 있으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아우성을 치겠지!

 

이 고도에서의 하룻밤이 녹녹치 않았던 모양이다. 고소 증세로 밤새 고생한 대원들이 김덕환 선배를 찾아 증상을 설명한다. 특히, 젊은 축에 속하는 윤석진 선배와 김백규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무도 내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네!” 약을 건네며 김덕환 선배가 농으로 한 마디 던진다.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매번 빠지지 않고 팀닥터로 참가해 대원들 건강을 챙기는 양반인데, 고소 증세는 아닌 것 같고 어제 저녁에 도마 자매로부터 사서 마신 맥주가 문제인가? 고산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숙취 아닐까 싶었다.

 

룽다가 펄럭이는 궁가르 라까진 줄곧 오르막이었지만 따뜻한 햇살에 경치도 뛰어나 그리 힘든지를 몰랐다. 멀리 동쪽으로 칸첸중가 산군이 자태를 드러낸다. 하지만 십튼 라가 가까워 올수록 대원들 발길이 점점 느려졌다. 햇살이 나면 눈에 반사되는 복사열 때문에 덥다가 구름과 바람이 몰려오면 갑자기 한기가 돈다. "어이구! 징허구먼, 징혀!" 십튼 라를 오르며 어느 대원이 독백처럼 뱉은 말이다. 그래도 어차피 가야만 하는 길. 초반에 해발 4,170m의 십튼 라를 넘는 것이 우리에겐 하나의 부담이었지만, 서로 서로가 의지해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그곳을 무사히 넘었다.

 

사방이 눈으로 둘러싸인 툴루포카리 호숫가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는 운치란 뭐라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냥 좋다, 좋다는 소리밖에는 달리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런 조망을 가진 레스토랑이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날씨는 돌연 싸락눈으로 바뀌었고 주변 봉우리들은 모두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눈을 맞으며 도바테(Dobate)에 도착을 했다.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텐트를 쳤다. 바닥은 울툴불퉁해서 허리를 펴고 똑바로 눕기가 힘들다. 그래도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부분 컨디션을 회복했다. 해발 3,750m로 내려오니 숨쉬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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