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산행은 대개 9월 말이면 마감을 한다. 고산에는 초가을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그러면 차량으로 산행기점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산우회에선 9월 들어 그 해 마지막 베이커 산행을 준비하였다. 이번 코스는 지난 번 답사를 다녀온 체인 레이크스(Chain Lakes) 트레일. 베이커 주변에 있는 트레일에는 트레일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 체인 레이크스는 682번 트레일이다.
차량이 여러 대일 경우는 아티스트 포인트와 헤더 메도우즈에 나누어 주차하면 산행이 끝난 후 이동에 편하다. 우리도 산행을 배글리 호수에서 끝내기 위해 차를 몇 대 그곳에 갔다 놓았다. 산행에 참가한 인원을 12명씩 쪼개 세 그룹으로 나눴다. 나도 한 그룹을 맡아 리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늘엔 구름이 많아 시시각각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산행에 적당한 날씨다. 사람들을 이끌고 먼저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 정상에 올랐다. 잔돌이 많아 발걸음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위에서 걷던 사람이 떨어트린 돌조각에 맞아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얼굴에 피가 나는 부상을 입었다.
테이블 마운틴을 내려와 다시 트레일로 들어섰다. 마자마 호수를 지나 아이스버그 호수에 닿았다.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라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주었다. 가을로 접어든 티가 확연하다. 파이어위드(Fireweed)가 보라색 꽃을 피워 산색에 변화를 준다. 불과 며칠 사이인데도 산색에 꽤나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조만간 나무나 풀은 모두 눈에 뒤덮힐 것이다. 아직 씨를 뿌리지 못한 야생화들은 서둘러야 그나마 종족을 번식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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