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차로 두 시간 이상을 달려 매닝 주립공원(Manning Provincial Park)에 있는 쓰리 브라더스 마운틴(Three Brothers Mountain)으로 딸과 둘이서 산행에 나섰다. 산이라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는 녀석에게 야생화를 미끼로 던진 것이다. 쓰리 브라더스는 밴쿠버에서 워낙 먼 거리에 있어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오게 된다. 그 산을 오르는 헤더 트레일(Heather Trail) 주변은 7월에 야생화가 많이 피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야생화가 만개하는 시기는 매년 날씨에 따라 다르다. 몇 번을 다녀갔지만 시기를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서로 다른 색깔, 모습으로 피어 있어 운이 좋은 셈이었다. 모든 사람이 야생화를 보기 위해 여기 오는 것은 아니다. 쓰리 브라더스의 맏이인 퍼스트 브라더(First Brother, 2272m)를 오르기 위해, 또는 퍼스트 브라더 분기점을 지나 니코맨 호수(Nicomen Lake)로 가는 백패킹 코스를 돌기 위해 찾는 사람도 있다.
블랙월 피크(Blackwall Peak)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헤더 트레일 초입부터 몇 가지 야생화가 우리를 반겼다. 웨스턴 아네모네(Western Anemone)와 인디언 페인트브러시(Indian Paintbrush)가 아무래도 많았다. 야생화 상태도 대체로 싱싱해 보였다. 처음엔 내리막을 걷다가 5km 지점에 있는 벅혼 캠프(Buckhorn Camp)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길에 핀 야생화를 벗삼아 쉬엄쉬엄 걸었다. 어느덧 침엽수들이 사라지더니 시야가 트이면서 알파인 메도우즈(Alpine Meadows)가 나타나고 주변 산세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헤더 트레일과 보니비어 트레일(Bonnevier Trail)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딸아이가 퍼스트 브라더까지는 못 갈 것 같다고 여기서 되돌아가자고 한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딸아이의 큰 배려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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