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 산악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는 젊은 후배가 캐나다로 휴가를 왔다. 직업 의식 때문인지 휴가임에도 기사 한 꼭지 준비하고 싶다고 해서 아들과 미국, 한국에서 오신 선배 세 분을 모시고 함께 산행에 나섰다. 휘슬러에 있는 싱잉 패스(Singing Pass)로 오른 다음, 휘슬러 마운틴(Whistler Mountain, 2160m)에서 싱잉 패스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의미하는 뮤지컬 범프(Musical Bumps)를 걷기로 했다. 이 능선에 있는 봉우리와 계류엔 특이하게도 악기, 음악 관련한 이름을 붙였다. 즉 오보에 서미트(Oboe Summit)와 플루트 서미트(Flute Summit), 피콜로 서미트(Piccolo Summit) 등의 봉우리엔 악기 이름이 붙었고, 하모니 크릭(Harmony Creek), 플루트 크릭(Flute Creek), 오보에 크릭(Oboe Creek), 멜로디 크릭(Melody Creek) 등 계류앤 악기와 음악 관련한 이름을 붙였다.
휘슬러 빌리지에 주차를 하곤 산행을 시작했다. 피츠시몬즈 크릭(Fitzsimmons Creek)을 따라 줄곧 올라야 했다. 싱잉 패스까지는 11.5km 거리에 보통 네 시간을 잡는다. 싱잉 패스는 여름철이면 글레이셔 릴리(Glacier Lily)를 비롯한 각종 야생화가 많이 피는 곳으로 유명하다. 싱잉 패스에서 오른쪽, 즉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오보에, 플루트, 피콜로 등 악기 이름을 딴 봉우리들을 차례로 오르내려야 했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이어갔다. 나무가 사라진 산길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실로 대단했다. 눈 위를 걸어 심포니 앰퍼씨어터(Symphony Amphitheatre)를 경유해 리틀 휘슬러로 올라섰다. 여기서 휘슬러 마운틴 정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해발 1,850m에 있는 라운드하우스 로지(Roundhouse Lodge)로 내려설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우리는 라운드하우스 로지로 내려서 곤돌라를 타는 것으로 산행을 마감했다. 전체 21km 거리에 8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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