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더 라이언스(The Lions)는 밴쿠버 북쪽으로 뾰족한 봉우리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밴쿠버 인근에서 블랙 터스크(Black Tusk),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과 더불어 산 이름에 정관사 The를 붙이는 봉우리로, 그만큼 독특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 봉우리는 이스트 라이언(East Lion, 1606m), 웨스트 라이언(West Lion, 1646m)으로 나뉘는데, 팔다리를 이용해 기어오를 수 있는 것은 웨스트 라이언이고, 이스트 라이언은 자일을 묶고 암벽등반을 해야 한다. 웨스트 라이언이라고 산행이 아주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위를 잡고 벼랑을 오르는데 어느 정도 기술과 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가는 것을 말리는 대신, 정상을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이 서면 안부까지만 가는 것으로 하곤 내가 길안내를 맡았다. 웨스트 라이언까지의 산행은 왕복 16km에 등반고도 1,282m를 자랑한다.
라이언스 베이(Lions Bay)에 차를 세우고 산행에 나섰다. 빈커트 트레일(Binkert Trail)을 따라 처음 한 시간은 완만한 경사를 올랐다. 비시 산악연맹(BCMC)의 폴 빈커트(Paul Binkert)가 조성한 트레일이라 그의 이름을 땄다. 왼쪽으로 마운트 하비(Mt. Harvey)로 오르는 트레일을 지났다. 알버타 크릭(Alberta Creek)과 하비 크릭(Harvey Creek)을 건너 지그재그로 줄곧 경사를 치고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이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며 태평양에 속하는 하우 사운드(Howe Sound)와 섬 몇 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라이언스 봉 아래에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아들 후배 가운데 둘은 정상에 오르기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안부에 남기로 했다. 세 명이 정상으로 향했다. 바위를 손으로 잡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했다. 정상에 서니 땀 흘린 보답으로 엄청난 풍경을 선물로 받았다. 주변을 둘러싼 험봉들, 망망대해로 이어진 해안 풍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절로 감탄사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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