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는 북쪽 해안에 위치한다. 5~6천만 년 전에 발생한 화산 폭발로 4만 개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가 생겨나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의 경이를 보여주는 자이언츠 코즈웨이는 198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19세기부터 유명세를 타게 되어 현재도 매년 백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 어떤 사람은 이곳을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긴 이렇게 불리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으니 그냥 하는 소리기는 하다. '거인의 둑길'이라 이름을 붙인데는 게일 신화가 한 몫을 했다. 아일랜드 거인인 핀 맥쿨(Finn MacCool)이 어느 날 스코틀랜드 거인 버낸도너(Benandonner)로부터 결투 신청을 받아 버낸도너를 만나기 위해 노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둑길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도 주상절리의 궤적이 스코틀랜드로 이어진다고도 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아일랜드를 방문한 길에 시간을 내서 북아일랜드까지 올라왔다. 버스에서 내려 방문자 센터를 그냥 지나쳐 해안으로 이어지는 1km 길이의 산책로로 들어섰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는 않았다. 앞뒤로 많은 사람들이 열을 지어 걸었다. 주상절리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 전에 한 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몇 분만에 다시 햇살이 났지만 옷은 젖을 대로 젖었다. 그런 내 앞에 주상절리가 펼쳐졌다. 와 소리가 절로 났다. 규모는 예상보다 작았지만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주상절리 위로 올라서니 소나기가 내린 탓으로 표면이 좀 미끄러웠다. 발걸음에 신경쓰며 주변을 세세히 훝어보았다. 대부분 주상절리는 육각형 모양을 하지만 개중에는 사각형이나 오각형도 보였다. 자세히 보면 칠각형, 팔각형을 한 주상절리도 있다고 하는데 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혼자 왔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텐데 투어버스는 출발 시각이 정해져 있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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