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를 출발해 캔모어(Canmore)를 경유, 카나나스키스 지역으로 향했다. 밴프나 재스퍼에 비해 유명세가 좀 떨어지는 탓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늦추위가 남아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4월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캘거리(Calgary) 산꾼들은 밴프나 재스퍼보다 이 지역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밴프나 재스퍼는 세계 각지에서 온 인파들로 붐비는데, 카나나스키스 지역은 훨씬 한적하기 때문이다. 밴프 국립공원 경계 밖에 위치해 있음에도 카나나스키스 지역엔 3,000m가 넘는 고봉과 계곡이 어우러져 로키 어느 지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캔모어에서 742번 도로를 타고 스프레이(Spray) 호수를 지나 남하했다. 우리의 두 번째 스노슈잉 대상지는 피터 로이드(Peter Lougheed) 주립공원 안에 있는 버스톨(Burstall) 호수. 아무도 없는 텅빈 주차장에 우리 차만 들어섰다. 이건 한적하다는 표현보다는 썰렁하단 말이 맞겠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 날이 흐렸다. 호수를 싸고 있는 봉우리들도 모두 구름에 가려 제대로 그 위용을 볼 수가 없었다. 날씨야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마음을 다잡고 눈 위를 열심히 걸어 버스톨 호수에 닿았다. 이런 겨울 아니면 언제 호수 위를 걸어 보겠는가. 이것도 분에 겨운 호사가 아닌가 싶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발걸음에 여유를 부렸는데도 두 시간밖에 지나질 않았다.
의외로 싱겁게 끝난 버스톨 호수를 뒤로 하고 차를 몰아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향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짧은 트레일 하나가 생각난 것이다. 우리가 찾아간 트레일은 캐나다 에베레스트 원정대 트레일(Canadian Mount Everest Expedition Trail). 우리나라는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라 세계 8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국이 되었지만, 캐나다는 1982년 10월 5일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트레일 이름은 꽤나 거창했지만 난이도는 거의 없는 거리 2.4km에 등반고도 122m를 가진 아주 쉬운 코스였다. 어퍼 카나나스키스(Upper Kananaskis)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해발 1,798m)까지 갔다가 다른 루트로 돌아나왔다. 한 시간 정도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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