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7일부터 8월 29일까지 본국 출장 일정이 잡혀 주말을 이용해 몇 군데 다녀올 수 있었다. 옛 추억과 정취를 불러 일으키는 장소를 골라 내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 여행’이라 이름을 붙이고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이었다.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횟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인사동에서 가까워 구경을 간 적도 있고 사진기를 들고 일부러 찾은 적도 있다. 가회동에 한옥을 구입해 사시는 선배 집에도 가끔 갔었다. 한옥에서 잠자는 것도 물론 나에겐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먼저 한국에 들어와 있던 아들에게는 처음 한옥에 머무르는 기회라서 일부러 한옥 체험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을 묵었다. 비록 방은 작고 그 안에 아무런 시설도 없었지만 한옥에서 잔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이었다. 아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본다. 한옥체험관으로 유명한 ‘락고재’는 1인실이 18만원, 2인실이 25만원을 받아 거의 일류 호텔 수준에 버금 간다. 물론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이보다 훨씬 저렴했다.
원래 북촌이란 청계천, 종로 윗동네란 의미로 쓰였다 한다. 전통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주거지역을 말하는데, 여기엔 가회동, 계동, 재동, 삼청동이 들어간다. 1960년대까진 거의 한옥으로 이루어졌던 북촌 마을은 1990년 이후 다세대주택이 많이 들어서면서 한옥이 급속히 사라졌다. 그래도 가회동 일대는 여전히 한옥이 많이 남아있고 요즘은 한옥 보전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미로처럼 뻗어있는 한옥마을 골목길도 걸을만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기와 지붕과 대문, 담장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회색빛 일색의 대도시 달동네 골목길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공예품을 파는 가게나 아늑한 분위기를 지닌 전통찻집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제는 이런 전통 가옥이 외국인을 불러 들이는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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