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 있는 한 업체와 2011 827일 토요일 오후에 갑작스레 미팅이 잡혔다. 그것도 오후 늦은 시각에 약속이 잡혀 오전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다가 미리 내려가기로 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경암동 철길마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군산은 예전에 사진 촬영 목적으로 몇 번 다녀왔던 곳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옛 모습을 잘 보전하고 있어 의외로 정감이 많이 가는 도시였다. 최소한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마구 부숴버리는 짓은 저지르지 않아 좋았다.   

 

군산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타고 경암사거리를 가자고 했다. 여성 택시 기사분이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여기서 가까운가요?”하고 물었다. “, 바로 저 앞이 경암사거리거든요.” 초행이라 지리를 잘 몰라서 그랬다면서 서둘러 택시에서 내렸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라 꽤나 더웠다.   

 

경암사거리를 향해 100m 걸었을까. 철도가 나타난다. 페이퍼코리아란 제지회사에 화물을 실어 나르던 철길로 1944년 일제 시대에 준공이 되었다. 군산역까지 총 연장 길이는 2.5km. 2008 6월까지 열차가 운행이 되다가 지금은 열차가 멈추고 그 공간은 추억의 장소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이곳은 1960~70년대 배경이 필요한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철길로 하루 두 차례 열차가 운행되었다고 한다. 3명의 역무원이 기차 앞에 타서는 호루라기를 불며 기차가 오는 것을 알리고 주민들도 그 때면 아이들과 강아지를 불러들이는 재밌는 풍경이 연출되었다고 하던데 요즘은 볼 수가 없어 좀 유감이었다.

 

기찻길을 따라 걸었다. 철로가 놓였던 곳이 텃밭으로 변해버린 구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 철길을 걷다 보니 불현듯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떠오른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로 시작되는 노래 말이다. 나이를 먹은 요즘도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려오면 순간적으로 동심으로 돌아가곤 하던 이유가 이 노래에 있지 않나 싶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경암사거리에서 원스톱 주유소까지 1.1km 구간을 말한다. 철길 양옆으로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정겨운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철길과 집 사이의 공간이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아 거의 붙어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했다. 대부분 빈집같아 보였지만 몇 집은 사람 사는 흔적이 보인다. 기찻길 옆에 채소를 가꾸거나 화분을 내놓은 집도 있었고 고추를 말리고 있는 집도 있었다.

 

대도시 골목길 대부분이 좀 칙칙해 보이는 회색빛으로 도배하는데 비해 경암동 철길마을은 색깔이 참으로 다채로웠다. 무슨 연유인지 밝은 색상을 과감하게 많이 썼다.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유명세를 타면서 새롭게 단장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퇴락한 마을 모습에 정감을 느끼는 내 자신을 보면 혹시 내가 과거 지향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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