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번 도로를 달려 미바튼 호수 동쪽을 따라 북상하다가 처음 찾은 곳이 딤무보르기르(Dimmuborgir)란 용암지대였다. 딤무보르기르란 단어는 '검은 성'이란 의미라고 한다. 천국에서 쫓겨난 사탄이 여기로 와서 지옥의 문을 만들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이곳은 2,300년 전 화산 폭발로 지상으로 분출된 용암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굳어 실제 지옥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래 조그만 호수가 있던 이 지역에 용암이 흘러들어오면서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고 그것이 폭발해 용암을 변형시켰고, 용암이 흘러갔던 용암동굴과 어울려 오늘날 이런 용암지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 사이를 연결해 몇 개의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가장 대표적인 처치 서클(Church Circle)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길이는 2.3km에 불과해 그리 힘든 줄은 몰랐다. 여기저기 화산석이 무너져 바위에 창문처럼 동굴과 아치를 만들어 놓았고, 하늘로 치솟은 기암괴석의 특이한 형상 때문인지 대형버스로 여길 찾는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았다.
흐베르펠(Hverfell)은 딤무보르기르 바로 북쪽에 자리잡은 분화구를 말한다. 2,500년 전에 폭발해 직경 1km에 90~150m 높이의 신더콘 (Cinder Cone)을 만들어 놓았다. 온통 검은색 화산재와 자갈로 이뤄진 분화구는 여러 차례 산사태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형체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분화구로 올라가면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이 있다. 그 길이가 3.2km로 사면을 오르는 거리 600m를 합하면 4km 가까이 되고, 가장 높은 지점의 해발 고도는 420m 정도다. 그리 어렵지 않아 꽤 인기있는 하이킹 코스였다. 지척에 있는 딤무보르기르에서 흐베르펠로 바로 오르는 트레일도 있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른 지그재그 길이라 더 힘이 든다. 분화구 위로 오르면 대단한 풍경이 우릴 기다린다. 깊이 140m의 분화구 안으론 왕릉처럼 생긴 조그만 모래산이 있다. 하지만 분화구 밖으론 미바튼 호수와 산악지형, 용암지대, 푸른 이끼가 가득한 대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 저기 수증기를 내뿜는 지열지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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