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바튼 호수 북동쪽에 자리잡은 크라플라(Krafla) 화산지대로 들어섰다. 크라플라는 커다란 칼데라 분화구를 말하는데, 직경이 무려 10km, 갈라진 틈이 90k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지표에서 2km 아래에 마그마가 펄펄 끓고 있다니 언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후 29번의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셈이다. 화산 폭발과 용암 분출로 인해 대규모 화재도 잦다. 1724년에 발생해 5년을 지속한 미바튼 화재, 1975년부터 9년간 지속된 크라플라 화재도 거기에 속한다. 크라플라 화재를 촬영해 2022년에 <파이어 오브 러브(Fire of Love)>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1977년부터는 지열발전소를 지어 이 지역의 엄청난 지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크라플라 화산지대 안에 조그만 분화구가 자리잡고 있어 그 가장자리로 올랐다. 지옥이란 의미의 비티(Viti)란 이름을 가진 분화구였다. 직경은 300m로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백두산 천지처럼 분화구 안에 녹색이 찬란한 호수를 보듬고 있었다. 가장자리를 따라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어 한 바퀴 돌까 했지만 중간에서 길이 끊겨 돌아서야 했다. 비티 분화구 서쪽에 레이르뉴쿠르(Leirhnjukur) 용암지대가 펼쳐져 거기도 잠시 들렀다. 가장 최근에 분화한 것이 1984년의 일이라 했다. 아직도 활동을 보이곤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입장을 통제하진 않았다. 보드워크를 따라 화산지대로 접근했고, 5km에 이르는 트레일을 따라 다양한 화산 활동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스팀 벤트에선 끊임없이 스팀이 불출되고 진흙구덩이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용암이 흘러간 선명한 흔적도, 용암이 굳어 벌판을 이룬 현장도 지나쳤다. 화성이나 달처럼 조금은 비현실적인 세상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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