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Dublin)에 엄청난 규모의 공원이 하나 있다. 도심에 있는 오크넬 스트리트(O'Connell Street)에서 서쪽으로 2.4km 떨어져 있는 피닉스 파크(Phoenix Park)를 말하는데, 그 면적이 자그마치 700 헥타가 넘어 공원 전체를 둘러볼 엄두는 내지 못 했다.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St. James Gate)로 들어서 그 초입만 둘러보는 데도 두 시간이 걸렸다. 이 공원은 과거 왕실의 사냥터로 쓰이다가 1747년에 일반에게 공개가 되었다. 대부분이 잔디와 꽃, 나무로 조성된 정원이었고, 더블린 동물원도 이 공원 안에 있었다. 연중 무휴로 매일 24시간 오픈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산책이나 조깅, 폴로(Polo)나 크리켓(Cricket) 등 각종 운동을 즐기기 좋다. 로버트 스머크(Robert Smirke)의 설계로 1861년 세워진 웰링턴 모뉴먼트(Wellington Monument)에도 잠시 들렀다. 62m의 높이를 가진 유럽에서 가장 큰 오벨리스크인데,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웰링턴 공작의 기념비였다.
리피 강(River Liffey) 위에 놓인 션 휴스턴(Sean Heuston) 브리지를 건너자, 오른쪽에 휴스턴 기차역이 나왔다. 더블린 남부와 서부로 가는 열차가 여기서 출발한다. 션 휴스턴은 영국 통치에 항거해 1916년 동부 봉기에 참가한 젊은이로, 그 봉기로 체포되어 안타깝게도 25살의 나이에 총살을 당했다. 로우 디스틸러리(Roe & Co Distillery)에도 잠시 들렀다. 1757년부터 위스키 제조하다가 2019년부터 옛 기네스 발전소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위스키를 만들고 위스키 블렌딩(Whiskey Blending)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내가 방문한 시각이 영업 시작 전이라 홀로 실내 구경만 하곤 나왔다. 세인트 제임스 성당(Parish of St. James) 앞을 지나는데, '카미노 여기서 시작한다'란 문구가 눈에 띄어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떠나는 순례자들이 여기서 순례자 패스포트와 첫 스탬프를 받는다고 했다. 1859년에 지어진 성당은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한 예배당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상징인 조가비 표식과 갈리시아(Galicia) 주 문장을 발견하곤 잠시 순례길을 걸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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