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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① ; 제임슨 증류소

여행을 떠나다 - 유럽

by 보리올 2024. 2. 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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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Iceland)에서 트레킹을 하려고 했지만 예약이 마감되어 어렵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굳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머물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아일랜드(Ireland) 행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렇게 즉흥적인 대안으로 시작한 것이 아일랜드 여행이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벼르던 아일랜드 행을 감행하게 되어 가슴은 무척이나 설렜다. 사실 난 아일랜드에 대한 애착이 제법 큰 편이다. 캐나다 동부 노바 스코샤(Nova Scotia)에 근무할 당시 현지 직원의 약 30%가 아일랜드계였고, 1845년 감자 역병으로 인해 발생한 대기근(The Great Famine)으로 당시 인구 82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이 죽고 1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살았던터라 그들 정서에 한이 많다는 것을 느끼곤 우리 나라의 고단했던 역사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동병상린의 감정을 갖기도 했다.

 

한때 유럽에서 최빈국으로 불렸던 나라가 2022년 IMF 기준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어 세계 2위의 부국이 된 사실을 아는가? 영국 서쪽에 있는 아일랜드 섬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가 말이다. 이 나라는 면적 7만 ㎢에 인구 505만 명을 가지고 있다. 면적은 우리 남한의 70% 정도이지만 인구는 10%도 되지 않는 소국이다.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16년 영국-아일랜드 전쟁을 거쳐 1921년 자유국의 위치를 얻었다. 하지만 완전 독립을 이룬 것은 1949년 영연방을 공식 탈퇴하면서부터다. 1920년 아일랜드 섬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양분되어 북아일랜드 6개 주는 영국으로 넘어가고, 나머지 26개 주만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해 며칠 머물었던 더블린(Dublin)은 아일랜드 인구 1/3이 모여사는 최대 도시이자 수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마디로 아일랜드의 정치, 경제, 문화, 산업의 중심지란 의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제임스 조이스 센터(James Joyce Centre)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아일랜드가 낳은 세계적 문호의 발자취를 볼 수 없어 좀 아쉬웠다.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오코넬 스트리트(O'Connell Street) 북쪽에서 아일랜드 독립 추모공원(Garden of Remembrance)을 만났다.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분들을 추모하는 공간이었다. 가운데 직사각형의 연못이 있고 안쪽에는 오이신 켈리(Oisin Kelly)가 조각한 '리르의 아이들(Children of Lir)'이란 작품이 세워져 있었다. 아일랜드 신화를 묘사한 것이란다. 볼튼 스트리트에서 킹스 인(The Kings Inn)이란 근사한 아이리쉬 펍을 발견하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고색창연한 실내 장식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기네스 한 잔을 주문해 단숨에 들이켰다. 펍에서 파는 파인트 한 잔 가격이 비싸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마음을 먹고 찾아간 곳은 제임슨 증류소(Jameson Distillery)였다. 평소 아이리쉬 위스키에 대해 관심도 많았지만 내가 아프리카에 근무할 때 직원들과 자주 마시던 술이 바로 제임슨이었기 때문이다. 이 증류소는 1780년 존 제임슨(John Jameson)이 설립했다. 1971년까지 여기서 위스키를 양조했는데, 현재는 코크(Cork)에 있는 미들톤(Midleton) 증류소에서 제임슨 브랜드의 위스키를 생산한다고 한다. 하지만 더블린에 있는 이 바우 스트리트(Bow Street) 증류소는 옛 시설을 리노베이션 해서 관광객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바와 테이스팅 설비를 갖추곤 술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아이리쉬 위스키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더블린의 관광명소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증류소를 방문한 기념으로 블랙 배럴(Black Barrel) 한 잔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온더락으로 맛보는 것이라 그런지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부드러운 향과 목넘김이 느껴졌다.

 

아일랜드 문호인 제임스 조이스 센터를 방문했건만 문이 닫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일랜드 독립 추모공원에서 만난 리르의 아이들 조각상

 

더블린 방문 기념으로 킹스 인이란 아이리쉬 펍에서 기네스부터 한 잔 들이켰다.

 

1971년까지 위스키를 생산했던 바우 스트리트의 제임슨 증류소는 그 입구를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장식해 놓았다.

 

생산설비는 코크로 이동했고 바우 스트리트의 증류소는 바와 시음장으로 바뀌었다.

 

오크통을 두 번 불에 태워 그 안에서 숙성시킨 블랙 배럴을 시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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