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팬케이크와 짜파티, 만두, 계란 프라이 등을 시켰다. 꽤나 푸짐한 편이었다. 맛으로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먹을만해서 다행이었다. 로지 주인이 쓰레기를 출렁다리로 가져가더니 강으로 휙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였는데 말이다. 강이 그에겐 쓰레기 처리장이었다. 현지인들의 환경 의식 수준을 보곤 심히 걱정이 되었다. 히말라야가 그들의 생활 터전이긴 하지만 이제 그들만의 소유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들에게 쓰레기를 지고 산 아래로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산 속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묘책은 과연 무엇일까. 가슴이 답답했다.
산사태 지역에 길을 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골 마을까지 굴착기를 들여와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고 있었다. 압축공기를 만들기 위해 컴프레서도 요란하게 돌아간다. 예전에는 도로를 놓기 위해 사람들이 망치나 해머로 돌을 깨던 방식에서 이제는 폭약을 사용한 발파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재해 복구라기보다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 대부분을 잇는 도로를 놓고 있는 것 같았다. 조만간 안나푸르나를 차로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태라면 이 코스를 다시 오기가 힘이 들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부터 마르샹디(Marsyangdi) 강을 따라 꾸준히 올라서고 있다. 강의 수량도 엄청났고 물이 흐르며 만들어 내는 함성소리도 대단했다. 산길 양쪽으론 수백 미터 낙차를 가진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대단한 이름을 얻었을텐데 이곳 히말라야에선 그저 이름없는 무명폭포일 뿐이다. 자가트(Jagat)를 지나자 멀리 하얀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구름인줄 알았는데, 머지 않아 산불이란 것을 알아챘다. 급사면을 태우며 올라가는 산불이라 진압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럴 때는 시원한 빗줄기가 최고인데 비 내릴 기색은 전혀 없다.
탈(Tal)이란 마을은 강이 에돌아가는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산자락에 기댄 마을만 보다가 강바닥에 있는 마을을 대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마을로 내려서면서 높은 위치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더 아름답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만 마을이 하얀 모래, 에메랄드빛 강물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히말라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예전에 마나슬루를 돌고 나올 때도 여기를 지나며 이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다시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일정 상으론 다라파니(Dharapani)까지 가려 했지만 진행 속도가 좀 느렸다. 카르테(Karte)에 있는 로지에 짐을 풀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로지 입구에 ‘맛있는 김치가 있습니다’란 한글 표지판이 붙어 있어 순간적으로 입에 침이 고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네팔에서 네팔인들이 담근 김치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더구나 여긴 히말라야 산속 아닌가. 그런데 짐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김치가 떨어졌다고 오리발이다. 그렇다고 다시 짐을 쌀 수도 없고. 우리가 결국 이 표지판에 낚인 셈이었다. 온수에 샤워를 한다고 다들 부산하다. 상행 구간에서 샤워가 가능한 마지막 지점이 아닐까 싶어 나도 마지막으로 샤워장을 들어섰는데 차가운 물만 나와 낭패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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