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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6>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 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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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잠을 편히 잤다.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 점검부터 한다. 사지 멀쩡하고 머리, 배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다. 고소 증세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 이제 고소 적응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인가? 코스도 어제에 비해 훨씬 쉬웠다. 해발 4,400m까지 올라간 다음엔 미리스티 강(Miristi Khola)이 있는 3,500m 지점까지 내려 간다. 오늘은 강가 어디선가 야영을 한다고 들었다. 고산병 증세에 마음을 뺐겨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에 안나푸르나 주봉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안나푸르나를 만난 것이다.

 

중간에 닐기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건너야 하는 곳이 있었다. 폭이라야 2m 정도 되었을까. 가운데 돌이 놓여져 있어 건너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수량이 엄청났고 그 아래는 폭포라 행여 다리를 잘못 디뎌 떨어지면 수십 미터를 똑바로 낙하해 격류 속으로 휩쓸일 판이다. 일단 미끄러지면 살 확률은 전혀 없어 보였다. 벼랑 아래를 보고 나니 다리도 떨리고 속으로 겁도 났다. 다행히 세르파 한 명이 중간에 버티고 서서 한 사람씩 손을 잡고 무사히 건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산 아래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구름이 눈에 보였다.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에 흐려지는 이 지역 특유의 날씨 패턴이 되풀이된다. 미리스티 강까지 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야 했다. 이 경사길을 내려가면서 하행 구간에는 이 경사를 치고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지레 한숨이 나왔다. 왜 이 코스는 꾸준히 오르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널뛰듯 해 우리를 이리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야영지는 빙하 지대라 했다. 빙하 지대라면 이 아래가 커다란 얼음덩어리란 말 아닌가. 오랜 기간 흙이 쌓이고 나무가 자라 빙하 지대란 낌새를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마쳤다. 빙하 녹은 물로 오랜 만에 세수도 하고 발도 닦았다. 포터들은 바위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곤 빙 둘러앉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추위를 잊으려는 그들 나름의 고육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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