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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7>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 1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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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면 베이스 캠프에 닿는다는 소리에 절로 힘이 솟았다. 지금까진 각자 컨디션에 따라 운행 속도를 달리 했지만 오늘은 모처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대오를 정렬해 베이스로 오르는 우리가 전투에 나가는 군인들 같아 보였다. 베이스 캠프 아래엔 작은 호수도 있었다. 에머랄드 빛이 그리 고울 수가 없었다. 마치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했다. 빙하 녹은 물만 아니라면 호수에 텀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베이스 캠프까진 세 시간이 아니라 네 시간 반이나 걸렸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드디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한 것이다. 세르파 한 명이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씩을 권한다. 베이스의 고도는 해발 4,200m. 다른 히말라야 고봉의 베이스 캠프에 비해 높지는 않다. 슬로바키아 육군 원정대의 텐트 몇 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원 10명으로 구성된 이 원정대는 캠프 2까지 진출했다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진척이 더딘 모양이었다. 우선 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급선무. 치링의 특제 칼국수가 우리 입맛을 둗군다.  

 

점심을 마치고 한 대장의 지시에 따라 청소를 시작했다. 전 대원이 쓰레기를 담을 자루를 들고 베이스 캠프 주변을 훝었다. 여기를 다녀간 원정대 숫자만큼이나 쓰레기 종류도 다양했다. 병이나 캔, 비닐 등이 주를 이루는데, 세계 각국의 상표가 골고루 나온다. 우리 나라 상표가 붙은 쓰레기도 물론 나왔다. 우리 나라 쓰레기로는 라면 봉지와 소주 팩이 가장 흔했다.  

 

두어 시간에 걸친 쓰레기 수거작업에 이어 쓰레기 분류작업까지 모두 마치자, 쓰레기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네팔 바리에 담긴 쓰레기가 모두 8. 200kg의 쓰레기를 수거한 셈이다. 쓰레기 중에서 병이나 캔은 카트만두까지 가져갈 생각이다. 클린 마운틴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는 현지 기자들이 실제 수거한 쓰레기를 자기들 눈으로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베이스 캠프 주변에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거의 대부분 치웠다.

 

저녁을 먹고 나서 한 대장과 함께 슬로바키아팀 캠프에 들렀다. 현재 그네들 등반 상황을 들려주며 정상 공격 방법과 코스에 대해 한 대장 의견을 묻는다. 우리도 클린 마운틴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해주며, 철수할 때 꼭 쓰레기를 가져갈 것을 부탁했다. 우리 캠프로 돌아오며 한 대장이 이야기하길, 낮에 이 팀 캠프를 슬쩍 둘러봤는데 쓰레기 분리 수거가 상당히 잘 되고 있었다고 칭찬을 한다.

 

베이스 캠프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꿈만 같았다. 고산병 증세도 모두 사라지고 컨디션도 좋았다. 캠페인 본래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하늘에 박힌 별들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 은하수는 여기서 원없이 본다. 안나푸르나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눈사태 소리를 벗삼아 한 잔 술로 축배를 들었다. 베이스 캠프에 울려 퍼지는 석자연 스님의 대금 소리도 분위기를 한껏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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