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발디 주립공원의 엘핀 호수로 스노슈잉을 다녀왔다. 임도가 시작되는 산행 기점부터 온 세상은 하얀 눈 세상이었다. 하얀 도화지에 나무만 검정색으로 대충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이렇게 온 세상이 하얀 곳도 있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하얗게 변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산행 기점에서 5km 지점에 있는 레드 헤더 쉘터는 건물 지붕까지 눈에 덮였고, 우리가 하루 묵은 엘핀 쉘터는 1층은 몽땅 눈에 파묻혀 2층 출입문을 통해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긴 밖에는 적어도 몇 미터의 눈이 쌓여 있다는 의미 아닌가.

 

엘핀 호수까지는 편도 11km의 눈길을 걸어야 한다. 겨울철이라 해도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바삐 걸으면 하루에 왕복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엘핀 쉘터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그러면 일정이 무척 여유로워진다. 겨울철엔 트레일 표식이 모두 눈에 묻히기 때문에 긴 장대를 꽂아 임시로 트레일을 표시한다. 트레일 자체도 여름철과는 다른 코스로 만들었다. 눈이 많이 쌓이면 눈사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사가 완만한 폴 리지(Paul Ridge) 뒤쪽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이 폴 리지가 해발 1,660m로 엘핀 호수로 가는 우리 산행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날씨는 전반적으로 구름이 가득해 시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엘핀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연출하는 장엄한 풍경이 모두 구름에 가려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런 눈 세상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하루를 머물렀다는 것이 난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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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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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에비너스 2014.02.05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이 너무멋지네여

    • 보리올 2014.02.05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순백의 설원이 예쁘지요? 밴쿠버 산악 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아 이런 풍경을 쉽게 접합니다. 올 겨울은 좀 예외이긴 하지만요.

  2. 설록차 2014.02.05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수가 서로 연결되어 있나요? 따로 이름을 붙히지 않고 복수형으로 쓰는 이유가요...

    • 보리올 2014.02.05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부분인데 설록차님은 남다르게 날카로운 면이 있으십니다. ㅎㅎㅎ 예, 엘핀 호수는 두 개의 호수로 이루어져 있어 복수형을 씁니다. 두 개의 호수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나는 식수로 쓰기 때문에 손발을 담그거나 세수를 할 수 없고, 다른 하나에선 수영도 할 수 있답니다.

  3. 설록차 2014.02.05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Lake뒤에 s 가 붙은 이유를 설명해 주신 분이 누구게요? ㅎㅎㅎ

    • 보리올 2014.02.05 14: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 예전에 쓴 글을 기억하시는 모양이네요. 제가 옛 글에 그런 내용을 썼는지 확인해 보았답니다. 저도 제가 쓴 글을 다 기억하지 못하거든요.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4. Justin 2014.02.25 0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사진과 글을 보니 올해 벤쿠버에 눈이 얼마나 안 왔는지 크게 대조가 됩니다. 산장 1층이 다 파묻힐 정도니 저희 때랑은 감히 비교가 안됍니다. 온통 하얀 세상이네요!

    • 보리올 2014.02.25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 겨울 시즌에 눈이 너무 없었지. 지난 번에 엘핀 호수를 갔을 때 그렇게 눈이 없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근데 요즘 뒤늦게 눈이 오는 것이 심상치 않구나. 엔핀 호수에도 눈이 제법 쌓였겠는데? 예전에 비해 일기 변화가 너무 심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