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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핀 호수(Elfin Lakes)

산에 들다 - 밴쿠버

by 보리올 2014. 2. 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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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발디 주립공원의 엘핀 호수로 스노슈잉을 다녀왔다. 임도가 시작되는 산행 기점부터 온 세상은 하얀 눈 세상이었다. 하얀 도화지에 나무만 검정색으로 대충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이렇게 온 세상이 하얀 곳도 있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하얗게 변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산행 기점에서 5km 지점에 있는 레드 헤더 쉘터는 건물 지붕까지 눈에 덮였고, 우리가 하루 묵은 엘핀 쉘터는 1층은 몽땅 눈에 파묻혀 2층 출입문을 통해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긴 밖에는 적어도 몇 미터의 눈이 쌓여 있다는 의미 아닌가.

 

엘핀 호수까지는 편도 11km의 눈길을 걸어야 한다. 겨울철이라 해도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바삐 걸으면 하루에 왕복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엘핀 쉘터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그러면 일정이 무척 여유로워진다. 겨울철엔 트레일 표식이 모두 눈에 묻히기 때문에 긴 장대를 꽂아 임시로 트레일을 표시한다. 트레일 자체도 여름철과는 다른 코스로 만들었다. 눈이 많이 쌓이면 눈사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사가 완만한 폴 리지(Paul Ridge) 뒤쪽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이 폴 리지가 해발 1,660m로 엘핀 호수로 가는 우리 산행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날씨는 전반적으로 구름이 가득해 시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엘핀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연출하는 장엄한 풍경이 모두 구름에 가려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런 눈 세상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하루를 머물렀다는 것이 난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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