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백운산은 치악산의 유명세에 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발 고도 1,087m면 높이도 넉넉한 편이고 제법 고산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지만 여길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산림청에서 백운산 언저리에 자연휴양림을 만들어놓아 그나마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백운산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농가주택을 개조한 동생네 서곡리 별장에서 묵을 때 시간을 내어 올랐어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러지를 못했다. 주말에 원주로 내려갔다가 동생과 의기투합하여 둘이서 백운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마침 동생도 초행길이라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자연휴양림을 들어가기 때문인지 한 사람에 입장료 1,000원씩을 받았다. 휴양관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순환임도를 타고 오르다가 바로 숲길로 들어섰다. 숲 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풍겨와 정신을 맑게 한다. 개울을 하나 건넜더니 제법 단풍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숲을 빠져 나와 다시 임도를 만났다. 이 임도는 산악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울긋불긋 산자락을 물들인 단풍을 보면서 산책하듯이 호젓하게 걸었다. 어린 학생들 서너 명이 보이기에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 보았다. 원주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대답이 들어왔다. 임도 상에 있는 조망대에선 꽤나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조망대를 지나서 갈라진다. 임도를 벗어나 가파른 산길을 2.3km 치고 오르면 정상에 닿게 된다. 이 구간에도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꽤 많았다. 백운산 정상에 섰다. 원주시 정상석과 제천시 정상석이 따로 세워져 있었다. 이것도 분명 세금으로 세웠을 터인데 한 봉우리에 두 개의 정상석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난 정상석 세우는 것도 자연훼손이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산은 소용수골 방향으로 내려서 순환임도롤 다시 만났다. 구불구불 휘도는 임도를 따라 5km를 걸어서 수양관으로 내려섰다. 이 임도는 참으로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