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버스를 타고 포르도이 고개(Passo Pordoi)로 올랐다. 이 고개는 벨루노(Belluno) 주와 트렌티노(Trentino) 주의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었다. 벨루노 쪽으로 넘어가 680번 트레일로 들어섰다. 처음엔 도로를 왼쪽에 끼고 걸었다. 트레일 양쪽으로 초원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안에 야생화가 만발해 눈을 즐겁게 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넜다. 반대편으로 피츠 보에(Piz Boe)가 눈에 들어온다. 초원을 보면서 산비탈을 걷던 트레일이 비포장도로를 만났다. 바이크족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해간다. 포르토 베스코보 바이크 트레일(Porto Vescovo Bike Trail)이라 적힌 표식도 보였다. 스키장이 멀지 않은 듯했다. 경사가 급한 스키 슬로프를 치고 올라 루이지 고르자 산장(Rifugio Luigi Gorza)과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포르토 베스코보(해발 2,490m)에 도착했다. 계곡 건너편에 위치한 마르몰라다(Marmolada, 3343m)의 웅자를 코 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나무로 데크를 깔고 암체어를 준비해놓아 편한 자세로 멍때리기 하기에 좋았다.
산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버섯을 첨가한 폴렌타(Polenta)를 시켜 점심을 먹었다. 능선 반대편에 있는 트레일로 들어섰다. 트레일 이 601번으로 바뀌었다. 이 트레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곡 건너편에 있는 마르몰라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트레일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마르몰라다를 조망할 수 있어 걷는 내내 행복한 마음이었다. 계곡 아래론 댐으로 막은 페다이아 호수(Lago di Fedaia)가 보인다. 한 시간 넘게 걸어 비엘 달 판 산장(Rifugio Viel dal Pan)에 도착했다. 트레일 이름을 이 산장 이름에서 땄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돌로미티 원주민들이 쓰는 라딘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에 밀가루 행상들이 이 길을 이용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다시 한 시간을 걸어 포르도이 고개로 돌아왔다. 거리는 15km에 이른다고 하는데 오르내림이 없어 산행에 5시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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