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에서도 유명한 돌로미티의 명소,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를 트레킹하기로 했다. 볼차노(Bolzano)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시우시 알로 시리아르(Siusi Allo Sciliar)로 이동했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해발 1,850m의 콤파치오(Compaccio)로 올랐다. 넓은 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져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매력적인 장소를 만났다.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변하는 곳이라 해발 고도가 있음에도 숙소가 꽤 많았다. 곤돌라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서 스키 리프트로 갈아탔다. 파노라마 체어리프트는 초원 지대를 가로질러 해발 2,009m에 위치한 알펜호텔 파노라마에 내려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2번 트레일을 타고 덴티 디 테라로사 고개(Forcella Denti di Terrarossa, 2476m)까지 오르는 경사가 급한 산길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초원이 펼쳐졌다. 짙은 녹색에 연두색을 띤 초지와 분홍색과 하얀색 야생화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사람들이 왜 시우시, 시우시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알페 디 시우시는 56㎢ 면적을 가진 꽤 넓은 초원으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해발 2,350m나 되는 고원지대를 말한다. 전후좌우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덴티 디 테라로사 고개로 오르는 길을 꾸준히 걸었다. 고개까지는 두 시간 가량 걸렸던 것 같다. 고개 너머 파노라마 풍경도 멋졌다. 반대편으로 10여 분 내려가 알페 디 티레스 산장(Rifugio Alpe di Tires, 2441m)에서 간단한 점심을 들었다. 하산길은 어렵지 않았으나 좀 지루했다. 몰리뇽 산장(Rifugio Molignon, 2045m)을 경유해 알펜호텔 파노라마로 돌아왔다. 가끔 눈길을 멀리 돌리면 세체다(Seceda) 산군이 보이기도 했고, 구름에 반쯤 가린 사소룽고(Sassolungo, 3181m)도 위풍당당하게 다가왔다.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콤파치오로 내려왔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콤파치오에서 곤돌라를 타고 푸플래치(Puflatsch)로 올랐다. 전망대에 올라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을 보려 했지만 갑자기 몰려오는 먹구름과 굵은 빗줄기에 조망이 모두 가려버렸다. 곤돌라를 타고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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