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가족과 함께 설렁설렁 다녀간 곳을 트레킹으로 다시 찾았다. 지금까지 돌로미티에서 했던 트레킹 중에는 비교적 쉬운 트레킹에 속하지 않나 싶다. 산타 크리스티나(Santa Cristina)에서 하루 묵고는 콜 라이저(Col Raiser) 곤돌라를 타고 산 중턱까지 편하게 올랐다. 10여 분만에 해발 1,428m에서 2,106m로 점프를 한 것이다. 산타 크리스티나 맞은 편에 우뚝 솟은 사소룽고(Sassolungo, 3181m)가 곤돌라 안에서 빤히 보인다. 곤돌라에서 내리니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여기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풍경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2번 트레일로 들어서 서쪽으로 트래버스를 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 경사를 치고 올랐다. 우리가 오르는 길 양쪽으로 넓게 초원이 자리잡고 있었고, 야생화가 만발해 다양한 색채를 뽐내고 있었다. 마침 초원에서 한 사람이 알프호른(Alphorn)을 홀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알프호른 소리에 몸을 맡겼다.
꽤 가파른 오르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로이어 산장(Baita Troier)에서 놀란 종아리를 진정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부터 우리가 목적지로 삼은 파나 고개(Forcella Pana, 2444m)까지는 경사가 더 급해졌다. 세체다 리지엔 먼저 온 사람들로 꽤나 붐볐다. 트레 치메(Tre Cime)와 더불어 돌로미티를 대표하는 명승지라 관광객들도 많았다. 십자가가 있는 지점까지 포토존이 많아 이동하면서 수시로 멈춰서서는 피콜라 페르메다(Piccola Fermeda, 2814m), 사스 리가이스Sas Rigais, 3025m), 오들라 데 발두사(Odla de Valdusa) 등이 포함된 오들레 산군(Odle Group)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풍경이 세체다를 유명하게 만든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체다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곤 하산을 시작했다. 쿠로나 산장(Rifugio Curona)를 지나고 피츠(Pic, 2365m) 뒤를 트래버스하여 산타 크리스티나로 내려섰다. 거리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실제 걸은 거리는 확실치 않으나 대략 15km를 걷지 않았나 싶다. 시간은 여유를 많이 부린 탓에 7시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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