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숙식을 하며 3박 4일 일정의 알타비아 1(Alta Via 1) 트레킹에 나선다. 알타비아 1은 돌로미티 트레킹 코스 가운데 아주 인기가 높은 트레일이다. 돌로미티에는 알타비아라 불리는 트레일이 모두 8개가 있는데, 모두 톱-다운 방식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다. 알타비아 1은 그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트레일이라 비아 클라시코(Via Classico)라 부르기도 한다.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를 출발해 코르티나 담페초를 경유, 벨루노(Belluno)까지 가는 150km 거리의 트레일이다. 전체 구간을 걸으려면 10일은 잡아야 한다. 이 일정이 너무 길다면 벨루노까지 가지 않고 파소 두란(Passo Duran)까지만 걸어도 좋다. 우리는 브라이에스 호수를 출발해 페데라 호수(Lago do Federa)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빠지는 나흘 일정을 택했다. 이 정도로도 알타비아 1을 맛보기에는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가 걷는 코스는 대부분 파네스-세네스-브라이에스 자연공원(Parco natuale Fanes-Senes-Braies)에 속했다. 차량을 이용해 알타비아 1이 시작되는 브라이에스 호수로 이동했다. 해발 1,493m에 위치한 에머랄드 빛 호수가 우릴 반긴다. 아름답고 평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30여 분 걸어 호수 끝자락에서 산길로 들어섰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라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쉬어 가자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이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도 없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것이 마지막 오르막인가 싶으면 또 다른 오르막이 나타나 우릴 괴롭혔다. 해발 2,388m의 소라 포모 고개(Forcella Sora Fomo)에서 긴 오르막이 끝이 났다. 그 아래 있는 비엘랴 산장(Rif. Biella)부터는 넓고 평탄한 길이 나타난 것이다. 비엘랴 산장은 염치없는 손님들에게 약간 고압적이었다. 커피나 맥주 같은 음료를 시키지 않으면 화장실 이용도 눈치가 보였다.
지나는 비를 피해 세네스 산장(Rif. Sennes)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산악 지형을 걸었다. 산책에 나선 사람들처럼 다들 발걸음이 가벼웠다. 초원 지대에 에델바이스가 얼마나 많던지 일행들 시선도 이제는 좀 무심해졌다. 바닐라 향이 나는 바닐라 난초(Vanilla Orchid)도 눈에 띄었다. 첫날 묵을 포다라 산장(Rif. Fodara)에 도착했다. 깨끗한 시설에 잠자리도 아주 편했다. 식사 또한 훌륭했다. 이탈리아 산장은 모두 이럴까 싶었다. 해질녘에 홀로 산책에 나섰다. 산장에서 목축을 겸하는지라 소들이 자유롭게 산장 주변을 돌며 풀을 뜯고 있었다. 가족만 이용하는 앙증맞은 교회가 눈에 띄었다. 너와 지붕을 한 목조 주택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듯했고, 벽에 켜켜이 쌓아 놓은 장작더미도 낭만적으로 보였다.
본격적으로 알타비아 1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하이커들이 안내 지도에서 루트를 확인하고 있다.
암봉에 둘러싸인 브라이에스 호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은 데블스 클로(Devil’s Claw), 즉 악마의 발톱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브라이에스 호수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어 꽤 오랜 시간을 걸어 올라야 했다.
돌탑 가운데 창이 세워져 있었고 성모상이 모셔진 조그만 돌집이 있는 소라 포모 고개에 올랐다.
소라 포모 고개에서 비엘랴 산장으로 내려서고 있다.
세네스 산장으로 가는 길에는 황량한 암봉과 바위, 그 사이에 자리잡은 초원 등이 눈에 띄었다.
산길엔 에델바이스가 꽤 많았다.
바닐라 난초
물망초(Forget-me-not)
구름이 몰려오더니 포다라 산장으로 가는 길에 몇 차례 소나기를 뿌렸다.
포다라 산장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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