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를 대표하는 명승지가 바로 트레 치메(Tre Cime)다.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세 개 봉우리를 일컫는다. 우리 식으로 한다면 삼형제봉이라고나 할까.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치마 그란데(Cima Grande, 2999m)이고, 서쪽에 있는 봉우리가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2973m), 그 반대편에 있는 봉우리가 작다는 의미를 가진 치마 피콜로(Cima Piccolo, 2857m)다. 치마 그란데의 높이는 본래 해발 3,003m였으나,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대포 진지를 조성하느라 몇 미터가 깍여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트레 치메는 볼차노(Bolzano) 인근에 있는 세체다(Seceda)와 더불어 돌로미티에서 유명세를 다투는 곳으로 보면 된다. 이미 여러 번 다녀간 곳이라 처음에 느꼈던 감동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트레 치메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에 서면 늘 가슴이 뛰는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트레 치메 트레킹은 예전과 코스가 좀 달라졌다.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을 출발해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으로 가는 것은 같다. 전에는 라바레도 산장에서 라바레도 고개를 넘어 바로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i)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라바레도 산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꺽어 104번, 101번 트레일을 타고 로카텔리 산장에 도착했다. 이 루트는 그란데 아넬로(Grande Anello)라 불리는데, 크게 돈다는 의미가 있다. 크로데 파사포르토(Crode Passaporto)와 몬테 파테르노(Monte Paterno)를 돌아가게 되어 6km 정도 더 걷고 시간도 두 시간 더 걸린다. 로카텔리 산장에 도착해 트레 치메를 마주했다. 그 아름다운 모습과 위용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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