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를 떠나 다시 남하하면서 가리비 마을로 불리는 히라나이(平內)에 들렀다. 가리비를 처음으로 양식한 곳이 여기라 했다. 가리비는 호다테(ほたて)라 불린다. 버스 안에서 가리비를 소개하면서 가리비의 눈이 몇 개냐는 퀴즈가 나왔다. 몇 가지 대답이 나오긴 했지만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답은 48개. 정말 믿기 어려운 답이었지만 가리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니 뭐라 반박할 수도 없지 않은가.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32개라는 책도 있었다.
히라나이는 아오모리 현에서 수확하는 가리비의 절반을 생산한단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가리비는 10년에 한 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 수요에 맞춰 대량 생산이 가능한 양식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식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고 한다. 그물로 만든 상자 안에서 양식을 하는데, 상자 하나에 보통 10~15마리의 치어를 넣어 키운다. 점심은 히라나이에 있는 산페이(さん平)란 식당에서 했다. 가리비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점심 식사는 가리비에서 시작해 가리비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침에 잡은 가리비로 이 모든 요리를 만들었다고 주인 할머니가 나와서 자랑을 했다. 한 가지 예외라면 마지막에 나온 커다란 광어회 한 접시를 꼽을 수 있을까. 물가가 비싸단 일본에서 이렇게 먹으면 도대체 얼마나 받을까 궁금해졌다. 주인 왈, 광어를 포함해 1인당 3,000엔을 받지만 우리에겐 덤으로 상에 올린 음식이 많단다. 마지막으로 노란 토마토와 녹색 토마토를 내와 눈길을 끌었다. 뭔가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이시(黑石) 시에 있는 사과연구소가 우리의 다음 방문지였다. 1875년 사과가 도입되기 전에는 알이 작은 일본 사과만 나왔다. 서양에서 들여온 사과를 헤이카(苹果)라 달리 부르다가 나중에 링고(りんご)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단다. 이 연구소에는 30명의 연구원이 후지(ふじ)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오모리 현에서 일본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급한다니 사과 재배가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만 했다.
회의실 테이블에는 연구소에서 생산한 여섯 종류의 사과가 시식용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도키(トキ), 키타크레나이(北紅), 치유키(千雪), 세카이이치(世界一), 호쿠토(北斗), 호시노긴카(星の金貨) 등. 모두가 당분이 높고 맛도 좋아 좀체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과나무의 수명은 보통 30~40년. 하지만 연구소 내 사과 재배지에 109살 먹은 사과나무가 있다고 해서 모두들 나가 보았다. 1901년 심었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품종은 국광. 나이 먹은 고목답게 축 늘어진 모습이 좀 불쌍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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