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동굴은 원래 일제 강점기인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캐던 천포 광산이었다. 금을 캐면서 발견한 종유동굴과 금광갱도를 연결해 하나의 테마형 동굴로 다시 살린 것이 정선군이었다. 동굴은 의외로 길었다. 1.8km에 이르는 폐쇄된 공간을 걸어야 하는데, 대략 1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동굴 입구까진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나 걷기 싫어하는 사람들 주머니를 노리는 것 같아 난 걸어 오르기로 했다. 이 짧은 운동으로 3,00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동굴 입구는 마치 집으로 드는 현관문 같이 만들어 놓았다.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문구도 보여 과연 어떤 대자연이 나를 맞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초입은 옛날 금을 채취하던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었다. 바위 속에 박혀있는 금맥을 직접 볼 수 있는 확대경이 설치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진짜 금이라 하는데 조그만 모래 알갱이 같아 우리 눈으론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부갱도 구경을 마치면 가파른 계단을 타고 하부갱도로 내려가야 한다. 계단 경사가 꽤나 급해 발걸음에 신경을 써야 했다.
하부 갱도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동화나라가 펼쳐져 있었다. 조형물이 좀 유치하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디즈니랜드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전시물이 그리 고상해 보이진 않았다. 서서히 실망감이 들며 공연히 입장료 5,000원을 내고 들어왔나 하는 후회가 들 무렵에 커다란 동굴 광장에 닿았다. 여기가 압권이었다. 클라이막스는 늘 뒤에 오는 모양이었다. 황종유벽, 마리아상, 부처상, 장군석 등 제각각 형상에 따라 이름을 붙인 종유석이 있었다. 세계에서 유명한 동굴에 비해선 그리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이나마 없었더라면 엄청 본전 생각 났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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