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에 있는 오하라 호수(Lake O’Hara)는 반경 5km 안에 80km에 이르는 트레일을 가지고 있는 명소다. 오하라 호수를 내려다보며 산중턱을 걷는 알파인 서키트(Alpine Circuit)도 유명하고, 남쪽 방향으로 4km가량 떨어져 있는 맥아더 호수(Lake McArthur)를 다녀오는 트레일도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맥아더 호수는 오하라 호수의 명성에 가려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실제 해발 고도도 더 높고 호수 크기도 훨씬 더 크다. 로지나 캠핑장 등 오하라 호수에서 묵는 사람들은 가벼운 산행으로 맥아더 호수를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오하라 호수를 방문한 김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맥아더 호수를 찾았다.
맥아더 호수는 1887년부터 1893년까지 이 지역에서 측량 활동을 했던 제임스 맥아더(James McArthur)의 이름을 땄다. 그는 캐나다에선 명실상부한 알피니스트로 통한다. 안내 지도나 접근로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측량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무거운 장비를 메고 캐나다 로키의 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렸다. 등반 장비도 부실했던 그 당시에 스티븐 산(Mt. Stephen, 3199m)과 같은 험봉을 오른 것이다. 그의 헌신적인 공적을 기려 요호 국립공원 안에 그의 이름을 딴 봉우리와 호수, 계곡과 패스까지 등장했다.
맥아더 호수로 가는 산행은 오하라 호수에 면해 있는 레인저 사무실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맥아더 호수까지는 왕복 8km에 등반고도 310m를 올리기 때문에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초반에 자리잡은 숲을 벗어나면 초원이 펼져지며 곧 캐나다 산악회(ACC)가 세운 엘리자베스 파커 산장이 나온다. 쉐퍼 호수(Schaeffer Lake)를 지나 바위로 이루어진 둔덕을 하나 넘으면 비들 산(Mt. Biddle, 3319m) 아래 자리잡은 맥아더 호수가 나타난다. 비들 빙하가 끌고 내려온 돌가루가 물에 떠다니며 햇빛에 반사되어 오묘한 비취색을 띄는 맥아더 호수는 첫 눈에 보아도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호숫가에 놓인 바위에 앉아 가슴 시린 풍경을 눈에 담으며 모처럼 망중한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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