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캐나다로 건너왔다. 우연히 TV에서 캐나다 로키에 관한 방송을 보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캐나다에 가도 되냐고 물었다. 나야 친구들하고 맘 편하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니 아무 때나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날로 항공편 예약에 들어가 비수기가 시작하는 9월 말에 두 친구가 캐나다에 나타난 것이다. 밴쿠버에서 일정을 시작해 2주 동안 많은 곳을 걷고 구경했다. 숙박은 호텔이나 로지에서 묵기도 했고 캠핑도 했다. 식사 또한 매식과 취사를 병행하며 캐나다 식문화도 이해할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한식으로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캐나다 로키를 간 적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즐겁고 맘 편한 여행은 이 친구들과 하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전 일정을 소개하는 것은 좀 그렇고 해서 오하라 호수(Lake O’Hara)를 다녀온 것만 포스팅하기로 한다.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 국립공원도 두루 다녔지만 두 친구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곳은 바로 오하라 호수였다. 특히 9월 말이면 산기슭을 노랗게 물들이는 라치(Larch), 즉 낙엽송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라 황금빛 산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이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간 시점엔 아쉽게도 절정의 단풍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초설이 내려 산봉우리마다 하얗게 분칠한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 하늘은 칙칙했지만 하얀 눈과 검은 바위가 묘한 흑백의 조화를 이뤄 대자연이 만든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오하라 호수 역시 여름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캠핑장과 셔틀버스를 사전에 예약한 덕분에 11km 비포장도로를 걸어 들어오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캠핑장에 텐트를 치곤 바로 오하라 호수부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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