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잡은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Waterton Lakes National Park)를 찾았다. 밴프(Banff)나 재스퍼(Jasper), 요호(Yoho) 국립공원은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은 그에 비하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 국립공원은 1895년 캐나다 네 번째 국립공원으로 출발했으며, 다른 공원들과는 동떨어져 미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로키산악공원’에도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은 빠져 있다. 하지만 미국 몬태나(Montana) 주에 있는 글레이셔(Glacier) 국립공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국경을 초월한 워터튼-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Waterton-Glacier International Peace Park)이 1932년 만들어졌고, 1995년에는 이 공원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따로 등재가 되었다.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에 있는 카튜 산(Mount Carthew, 2630m)을 오르기 위해선 먼저 워터튼 마을로 가서 카메론 호수(Cameron Lake)로 오르는 셔틀버스를 신청해야 한다. 카메론 호수로 되돌아오지 않고 워터튼 마을로 바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타마락(Tamarack)이란 회사에서 돈을 받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산행기점이 나온다. 여기서 카튜 산을 오른 다음 워터튼 마을까지 걸어 내려오는데는 21km 거리에 보통 8시간이 걸린다. 등반고도는 1,070m. 산행 초반에는 5백 년 수령의 전나무 숲을 가로질러 꾸준히 올라야 한다. 3km쯤 오르면 초원지대가 나타나고, 여기서 1km를 더 가면 써미트 호수(Summit Lake)가 나온다. 호수 건너편으로 미국 땅에 있는 채프먼 봉(Chapman Peak)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써미트 호수에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 산길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가고, 우리는 왼쪽을 택했다. 경사가 급한 사면을 지그재그로 걸었다. 4km 오르막 끝에 카튜 써미트(Carthew Summit)라 불리는 능선에 닿았다. 카튜와 앨더슨 산(Mount Alderson, 2692m) 사이에 있는 안부인데, 왜 카튜 써미트라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풍경도 대단했다. 붉은 산색을 띈 봉우리와 비취색 호수의 조합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했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카튜 산은 왼쪽 리지를 타고 320m 고도를 더 올려야 했다. 잘게 쪼개지는 점판암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구간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행여 미끄러지거나 강풍에 몸의 균형을 잃으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카튜 산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조망도 장관이었다. 힘들게 발품을 판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답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남쪽으로 미국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채프먼 봉과 커스터 봉(Custer Peak)이 두드러졌고, 그 사이에 그림 같은 호수 몇 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동쪽에 펼쳐진 풍경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카튜 호수와 앨더슨 호수도 멋졌지만, 그 너머에 광할한 초원 지역인 대평원이 나타난 것이다. 하산은 카튜 써미트로 내려와 카튜, 앨더슨 호수를 지나쳤다. 워터튼 마을까지는 나무 사이를 따라 7km를 걸었다. 줄곧 내리막이라 걸음은 여유만만이었다. 카메론 폭포에 닿으면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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