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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 버사 호수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21. 5.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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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공황에 빠진 팬데믹 기간에 홀로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을 찾았다. 카메론 호수(Cameron Lake)로 오르는 아카미나 파크웨이(Akamina Parkway)가 공사로 폐쇄되어 원래 계획했던 카튜-앨더슨 트레일(Carthew-Alderson Trail)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그 대안으로 찾은 곳이 버사 호수(Bertha Lake)로 오르는 트레일이었다. 버사 호수까지는 왕복 10.4km이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도 3.4km 추가에 불과해 조금 짧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달리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산행기점은 워터튼 마을의 카메론 폭포에서 남쪽으로 500m 떨어져있다. 등반고도도 470m에 불과하지만 경사는 제법 가파른 편이다.

 

트레일로 접어들자 나무들이 불에 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2017년에 일어난 산불로 엄청난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더니 이곳도 그 피해를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소나무 재선충으로 로지폴 소나무(Lodgepole Pine) 50% 이상이 피해를 입었던 사건이 겨우 잊혀진 시점에 또 다시 일어난 재난에 마음이 좀 심난했다. 산불이 났던 지역을 유난히 좋아하는 파이어위드(Fireweed)가 땅 위를 덮고 있었다. 자연이 가진 치유력을 보여주는 사례 같았다. 산길 왼쪽으로 워터튼 호수와 워터튼 마을이 나무 사이로 보였다. 30여 분을 오르니 국경 넘어 미국에 속한 어퍼 워터튼 호수와 마운트 클리블랜드(Mount Cleveland) 등 산자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이제 트레일은 버사 크릭(Bertha Creek)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물줄기 여러 갈래가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로워 버사 폭포(Lower Bertha Falls)에 닿았다.

 

거기서 지그재그로 2km를 더 오르면 나무 사이로 어퍼 버사 폭포(Upper Bertha Falls)가 보인다. 폭포 앞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 그 진면목을 볼 수는 없었다. 마지막 오르막 끝에 버사 호수에 도착했다. 앨더슨 산(Mount Alderson)과 리처드스 산(Mount Richards), 버사 피크(Bertha Peak)가 둘러싼 분지에 청정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산기슭 아래론 제법 무성한 숲이 보였다. 푸르름이 가득한 나무를 보며 용케 화마를 피한 행운에 감사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나 혼자만의 호젓한 시간을 가졌다. 힘들 것도, 바쁠 것도 없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마침 맞은편 산길을 따라오던 호리 마모트(Hoary Marmot)와 마주치는 행운도 있었다. 사람을 보고도 피할 생각을 않다가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서자 나무 속으로 급히 자리를 피했다. 산기슭에서 붉은 돌이 떨어져 호수 한 켠을 붉게 물들였고,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다채로운 꽃망울을 터뜨린 곳도 있었다.

 

워터튼 마을의 에버그린 애비뉴(Evergreen Avenue)에 버사 호수로 오르는 산행기점이 있다.

 

나무 사이로 워터튼 마을과 워터튼 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2017년 산불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트레일에서 바라본 워터튼 마을과 워터튼 호수

 

어퍼 워터튼 호수와 미국에 있는 마운트 클리블랜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불에 탄 흔적이 있는 나무 사이를 걸어 로워 버사 폭포에 올랐다. 

 

버사 호수 트레일 중간 지점에 있는 로워 버사 폭포

 

산불이 났던 지역은 햇빛이 잘 들어 풀이나 관목 같은 식물에겐 서식지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버사 호수에 도착해 맑고 청정한 호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버사 호수를 한 바퀴 도는 3.4km의 루프 트레일을 걸었다. 

 

호수를 둘러싼 우람한 산세의 봉우리와 호수 언저리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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