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로스 엔젤레스(LA)에 있는 어느 회사를 방문할 일이 생겼다. 비행기를 타고 1박 2일로 다녀올까 하다가 집사람과 모처럼 여행삼아 차로 가기로 했다. 운전 거리가 편도 2,100km가 나오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미팅 일정을 맞추려면 밤샘 운전이 불가피했다. 밴쿠버를 출발해 미국 국경을 넘으면 I-5 주간고속도로를 만나는데, 이 도로를 타고 워싱턴 주와 오레곤 주를 지나 LA까지 줄곧 달렸다. 얼추 계산으로 27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7~80km씩 달린 셈이다. 오래 전에 독일에서 이태리나 스페인 갈 때는 한 시간에 평균 100km씩 달렸던 기억이 난다.
캘리포니아 남부로 내려갈수록 고속도로 옆 풍경이 사뭇 달라 보였다. 지평선을 넘실대는 구릉에는 푸른 녹지가 펼쳐져 시원한 풍경을 선사했다. 워싱턴 주나 오레곤 주에 비해 고속도로에 차량이 부쩍 많아진 것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캘리포니아는 인구도 많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주라 그런 것 같았다. 한 가지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은 오랜 가뭄으로 엄청난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가뭄 현장을 적나라하게 볼 수가 있었다. 몇 년을 공들여 키웠을 과수 나무를 뿌리채 뽑아놓은 현장을 보니 마음이 몹시 아팠다. 수많은 농부들이 가뭄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간판에 써있는 “노워터 노잡(No Water No Job)’이란 구호에서 그들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LA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산타 모니카(Santa Monica)로 향했다. 산타 모니카는 LA 서쪽에 있는 리조트 타운인데, 태평양에 면한 해변이 유명해 찾는 사람이 많다. 해변에서 저녁 노을을 보려는 마음에서 우리도 방향을 그리로 튼 것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엄청난 교통 체증 때문에 산타 모니카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바다 밑으로 사라져 버린 후였다. 그냥 해변을 거닐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마냥 서쪽 하늘만 쳐다 보았다. 겨울철임에도 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았다. 저녁은 LA로 들어가 북창동순두부에서 먹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코리아타운이 있는 도시답게 고국의 맛과 별 차이 없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I-5 주간고속도로의 캘리포니아 남부 구간은 녹지가 많아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산타 모니카로 가는 도로가 엄청난 정체 현상을 빚어 차가 꼼짝할 수 없었다. 드디어 대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타 모니카의 해변 풍경. 해넘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일몰 이후의 하늘색을 지켜보며 장거리 운전의 고단함을 풀었다.
LA 북창동순두두는 한국의 맛을 알리는 LA 한인타운의 랜드마크로 통했다. 식당도 컸고 사람도 엄청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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