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있는 레벨스톡 철도 박물관(Revelstoke Railway Museum)을 방문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철도 부설은 캐나다 역사에서 꽤 중요한 사건이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가 캐나다 연방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대륙 횡단 철도의 부설을 요구했고, 공사 초기엔 캐나다 로키의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막혀 길을 찾지 못 하다가 1885년에야 겨우 완공할 수 있었다. 철도 부설을 책임진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는 캘거리에서 캐나다 로키를 넘어 공사를 해왔고, 밴쿠버에서 시작해 동으로 향하던 또 하나의 부설 작업이 레벨스톡 서쪽 50km 지점에 있는 크레이겔라치(Craigellachie)에서 만나 마지막 대못을 박음으로서 대공정을 마쳤다. 이로써 많은 사람들이 염원했던 캐나다 동부와 서부가 철도로 연결된 것이다. 1885년 11월 7일에 일어난 이 역사적 사건을 여기선 라스트 스파이크(Last Spike)라 부르는데, 그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레벨스톡 철도 박물관이 라스트 스파이크의 의미를 새기는 데 가장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어 철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부를 만했다. 옛 대합실의 모습에서부터 라스트 스파이크의 현장 사진, 그 당시의 철도 홍보 자료, 열차시각표 등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승무원 모자와 기차 모형도 눈에 띄었다. 5468이란 번호를 단 증기기관차가 전시된 곳도 지나쳤다. 지금은 쓸모가 없어져 이렇게 전시물이 되었지만 금방이라도 칙칙푹푹 소리를 내며 엄청난 연기를 하늘로 뿜어낼 것 같았다. 통신실과 시뮬레이터실, 기관실 등을 차례로 둘러보곤 밖으로 나왔다. 거기엔 한때 캐나다 동서를 무시로 달렸을 화물차들이 철로 위에 늘어서 야외전시물이 되어 있었다. 화물칸 한 켠에 마련된 승무원실은 외관이 너무 낡아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곤 쓸쓸히 노년을 맞는 모습에서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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