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 청원군의 행정구역을 다시 찾아 보았다. 내 기억과는 달리 모두 12개의 읍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2개 읍면은 가덕면과 현도면이었다. 이 두 곳을 빼놓고 청원군을 두루 살펴보았다 이야기하긴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기왕 청원군의 모든 읍면을 가보기로 했으면 여기도 빼놓을 수는 없는 일. 그 다음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이 두 개 읍면도 찾아가 보았다.
현도면 하석리와 가덕면 행정리를 찾았건만 마을에 젊은이들은 없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모두 끊겼다. 마을에 낯선이가 들었음에도 나와 보는 사람 한 명 없다. 조용하고 고즈넉하다는 표현보다는 쓸쓸한 분위기에 점점 퇴락해 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청주시가 바로 옆이고 모든 마을이 차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시골 마을의 퇴락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이 없어 보였다.
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눈을 맞은 채 썩어가고 있었다. 수확을 해봐야 오히려 손해라는 농부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 온다. 시골 농부들의 속앓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 또한 시골 마을의 퇴락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고향 마을을 둘러보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빨간 우체통,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는 정미소, 붉은 흙벽돌로 지은 담배 건조장, 초라한 가게 간판이 그나마 예전 모습을 가지고 있어 이번 여행에서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 농협 창고에는 아직도 ‘멸공’이란 옛 표어가 남아 있었다. 세상이 바뀌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진 단어다. 그 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이 무척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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