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도 바위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제 16km만 더 걸으면 이 길의 끝에 서게 된다. 마음이 가벼운 때문인지 길도 편해졌고 배낭 무게도 확실히 가벼워졌다. 오늘도 따가운 햇볕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벼랑 위를 걸어 프린스타운(Princetown)에 닿았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섰다. 이 마을에 하나뿐인 가게에선 아쉽게도 맥주는 팔지 않았다. 롱블랙(Long Black) 한 잔을 시켰다. 테이블을 차지하고 여유롭게 한 시간을 쉬었다. 다리로 돌아와 포트 캠벨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멀리 해안에 솟은 12사도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에서 서로 걷는 특성상 오전에는 등 뒤에서 햇볕이 비추지만 오후엔 얼굴을 바로 비춘다. 살이 푹푹 익는 듯 했지만 얼굴에 뭔가를 바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버티며 걸었다. 남반구라 해가 북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12사도 바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지났다. 젊은 커플이 전망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에 도착했다. 주변에서 중국어가 많이 들렸다. 계단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섰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있는데,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진 않는다. 12사도 바위까지 800m를 마저 걸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아래를 지나는 지하통로를 건너니 방문자 센터가 나왔다. 엄청난 인파에 묻혀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검게 탄 얼굴에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은 나 혼자였다. 전망대에 서서 12사도 바위를 마주했다. 바닷가에 서있던 12개의 돌기둥을 그렇게 지칭하는데, 그 중 네 개는 침식으로 무너지고 8개만 남았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모두 마쳤다는 희열이 몰려왔다. 12사도를 만난 기쁨도 물론 컸지만 빨리 마을로 내려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싶은 욕구가 솔직히 더 강했다.


구름 위에 내려앉은 아침 햇살이 화창한 날씨를 예고했다.


12사도 바위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대 방향에서 가벼운 복장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사람도 나타났다.


길을 걷는 동안 캥거루 몇 마리가 나타났으나 이 녀석을 제외하곤 카메라에 담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프린스타운에 도착해 가게에서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프린스타운부터는 포트 캠벨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관목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2사도 바위를 향해 걸었다.



깁슨 스텝스 직전에 12사도 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깁슨 스텝스에 있는 곡과 마곡을 먼저 만났다. 여긴 계단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설 수 있다.



12사도 바위 방문자 센터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종착점인 12사도 바위에 닿았다. 막 성지 순례를 마친 사람처럼 감격이 넘쳤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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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4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미의 장식이 화려하네요! 12사도 바위와 함께 긴 여정을 끝내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겠습니다! 동에서 서로 걷는 것이, 해가 북쪽에서 비추는 것이 뭔지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 보리올 2017.10.26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체 구간은 좀 지루하고 삭막하지만 12사도바위에서 끝나는 마무리는 꽤 괜찮은 편이었지. 언제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2. 2018.01.15 0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8.01.15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혼자 걸었던 길입니다.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지나 와남불로 가는 버스가 일주일에 3회(월, 수, 금인가?) 있고 그 사이에 있는 날에는 와남불에서 아폴로 베이로 오는 버스가 3편 있습니다. 저도 목적지 도착했더니 아폴로 베이 가는 버스는 없는 날이라 반대편 와남불로 가서 거기서 멜버른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탔죠. 기차가 4시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를 못 타는 상황이면 목적지 인근에서 하루 자거나 가이드 회사에 미리 픽업을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