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산이란 도시가 좋다. 도시 규모도 적당하고 조금은 퇴락한 듯한 도시 모습에서 정겨움을 많이 느낀다. 그 오래된 일본식 가옥을 깡그리 때려부수지 않고 조금씩 고쳐 쓰고 있다는 것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 나라가 주권을 잃고 일본에 강점당한 것은 분명 수치스런 일이지만, 일본 통치도 우리 나라 역사의 일부분이다. 옛 일본의 잔재를 없앤다 해서 그것이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통해 일본의 만행과 수탈을 알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서울에 사는 후배들이 저녁에 차를 가지고 내려온다 해서 나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먼저 내려갔다. 시간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발길 닿는대로 군산의 명소 몇 군데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내항 근처에 있는 진포해양테마공원과 근대문화유산거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딱히 무엇을 보겠다 정해 놓진 않았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옛 군산세관부터 찾아간다. 이 근방이 과거 군산의 중심지였고, 일제 시대에는 미곡 반출로 분주했던 곳이었다. 붉은 색 벽돌이 세관 건물의 기품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길거리에서도 일본식 가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건물도 적당히 낡아 오히려 보기가 좋았다. 잘만 보존하면 이런 일본식 가옥도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것이다. 거기엔 역사가 살아 숨쉬지 않는가. 시멘트와 철골로 만든 고층건물보다 효율이나 편의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도심의 정취야 이게 백번 낫지 않은가 말이다.

 

 

 

 

 

 

 

일본식 전통 가옥으로 유명한 히로쓰 가옥을 찾아갔다. 목조 2층 건물인 이 집의 정식 명칭은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라 하던데, 우린 그냥 일본 가옥이라 불렀다. 이 집 주인이었던 히로쓰는 포목상을 해서 큰 돈을 번 사람이었다고 한다. 집안으로 들어가 정원부터 둘러 보았다. 아기자기하게 잘 가꿔 놓았다. 자연을 자기 집안에 들여 놓은 느낌이랄까.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실내도 들어가 보았다. 방바닥은 다다미가 깔려있고 문은 대부분 미닫이 문이었다.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도 우리 방식과는 달랐다. ‘장군의 아들타짜란 영화를 여기서 찍었다 해서 다시 한 번 눈길이 갔다.

 

 

 

 

 

 

후배들 두 부부가 차를 가지고 군산으로 내려왔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두 번인가 갔었던 군산횟집이 떠올랐다. 이 집도 군산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군산항 바닷가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로 모든 층을 횟집으로 쓰고 있었다. 1층은 수족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엄청 컸다. 이 식당은 1982년 개점한 이래 부지기수로 매스컴에 오르내렸던 모양이다. 종업원의 의견을 물어 광어회를 시켰다.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처럼 군산 바닷가에서 맛보는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 한 잔에 모두들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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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2.25 0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거리가 영화 세트장같이 보이네요...부산 군산 여수 이런 항구도시에 일본식 집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짧은 기간동안 많이도 지었더라구요...보기에는 정취가 있지만 살기에는 불편한 구조였어요....석등이 있는 정원이 옛집을 생각나게 합니다...

  2. 보리올 2013.12.25 0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식 가옥이 우리 생활 양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그럴 겁니다. 그래도 콘크리트 아파트보다는 옛 정취를 많이 풍겨 제가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지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차를 몰아 진주로 내려갔다. 요즘 말로 하면 절친인 이 친구는 언제 가도 늘 반갑게 맞아준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열해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생선회로 거하게 저녁 대접을 받았다. 광어회가 주종이었는데 뭔가 끊임없이 나오더니 마지막은 랍스터 회로 마감을 한다. 노바 스코샤에 있을 때는 랍스터야 먹고 싶으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해산물이었는데, 여기선 꽤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 먼저 살을 날로 먹고 남은 것은 매운탕에 넣어 끓여왔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더 하곤 그 친구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친구가 출근하는 길에 따라나섰다. 재첩국으로 아침을 먹고 그 친구 회사까지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이 지역에선 재첩국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친구가 안내한 곳은 사천에 있는 앞들식당. 재첩국이 나오기 전에 고등어구이와 계란말이가 먼저 나왔다. 어떤 사람은 이 두 가지 반찬이 이 식당을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재첩국을 먹을 수 있었다. 밥 한 공기가 금방 바닥이 났다. 이 식당의 낙지볶음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던데 아침부터 매운 요리를 먹을 순 없는 일 아닌가.

 

 

 

 

사천에 있는 그 친구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했다.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항공기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항공우주박물관이나 보고 가란다. 이 박물관은 회사 부속 시설로 2002 8월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항공산업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해서 그러마 했다. 어차피 오전 시간은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둘이 걸어서 박물관으로 갔다. 그 친구가 박물관 책임자를 불러 인사를 시킨다. 그 사람이 직접 나를 안내해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았다. 한 시간 가량 시간을 뺏은 것 같다. 곧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온다고 하던데 이렇게 시간을 뺏어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실내도 볼 것이 너무 많았고 벽에 붙은 패널을 일일이 읽으려면 하루는 족히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충 건너 뛰면서 중요한 내용만 설명을 들었다. 비행 원리와 항공기 구조에 관심이 많아 그것을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이 박물관에선 항공기에 어떤 수학 원리와 과학 원리들이 적용되는지를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학교에서 단순히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을 여기서 직접 비행기에 접목해보는 것이다. 덕분에 학생들이 쉽게 그 기본 원리를 이해한다고 한다. 비행기가 뜨는 원리인 베르누이 법칙은 익히 들어본 적이 있지만, 피타고라스 정리와 뉴튼의 세 가지 운동 법칙이 비행기에 적용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요즘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을 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실내에서 항공기 모형만 보다가 밖으로 나오면 실제 비행기가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엔 6.25 전쟁 때 한국군이 운용했던 퇴역 항공기 13대와 미국이 제공한 퇴역 항공기 5대가 전시되고 있었다. 헬리콥터와 미사일, 전차도 보였다. B29 전폭기와 T-50 고등훈련기는 기체에 적어놓은 표식을 보고 금방 알아 보았다. 1960년대 대통령 전용기로 쓰였다는 항공기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촬영 세트장으로 쓰였던 항공기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항공기를 한 자리에 모아 놓다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짐작이 갔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항공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전략산업으로 국가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나라는 기술력도 딸리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내수시장이 크지 않아 기술 개발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다. 우리는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자국내 항공기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성능을 입증한 후에야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한데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듯 해외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KT-1 기본훈련기를 거쳐 T-50 고등훈련기까지 독자 생산할 수 있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언제 미국이나 러시아같은 항공산업 선진국과 경쟁해 이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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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rtyLUV 2013.12.03 1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천이 정말 항공산업의 메카인 줄 몰랐네요~^^
    저도 함 시간되면 방문해서 함 둘러보고 맛난 음식도 먹어봐야 겠네요~~
    좋은 정보 너무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13.12.03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에선 항공산업이라면 사천을 따라갈 곳은 없습니다. 바다도 가까워 해산물을 좋아하시면 삼천포항으로 가시면 됩니다. 언제 한번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2. 설록차 2013.12.04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여기는 제 고향. 가본지 20년이 넘었네요...강산이 두번 변했으니 알아보지도 못할거에요... 대문의 캐치프레이즈를 바꾸셨어요...단걸음이 아닌 한걸음 한걸음...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3. 보리올 2013.12.04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향이 사천이셨군요. 예전에 사천공항에서 비행기를 자주 타곤 했습니다. 삼천포항도 사진 찍는다고 몇 번 갔었고요. 블로그 1년을 넘긴 기념으로 타이틀을 바꿔 보았습니다. 심기일전하자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오마를 떠나 다시 남하하면서 가리비 마을로 불리는 히라나이(平內)에 들렀다. 가리비를 처음으로 양식한 곳이 여기라 했다. 가리비는 호다테(ほたて)라 불린다. 버스 안에서 가리비를 소개하면서 가리비의 눈이 몇 개냐는 퀴즈가 나왔다. 몇 가지 대답이 나오긴 했지만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답은 48. 정말 믿기 어려운 답이었지만 가리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니 뭐라 반박할 수도 없지 않은가.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32개라는 책도 있었다.

 

히라나이는 아오모리 현에서 수확하는 가리비의 절반을 생산한단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가리비는 10년에 한 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 수요에 맞춰 대량 생산이 가능한 양식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식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고 한다. 그물로 만든 상자 안에서 양식을 하는데, 상자 하나에 보통 10~15마리의 치어를 넣어 키운다. 점심은 히라나이에 있는 산페이(さん)란 식당에서 했다. 가리비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점심 식사는 가리비에서 시작해 가리비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침에 잡은 가리비로 이 모든 요리를 만들었다고 주인 할머니가 나와서 자랑을 했다. 한 가지 예외라면 마지막에 나온 커다란 광어회 한 접시를 꼽을 수 있을까. 물가가 비싸단 일본에서 이렇게 먹으면 도대체 얼마나 받을까 궁금해졌다. 주인 왈, 광어를 포함해 1인당 3,000엔을 받지만 우리에겐 덤으로 상에 올린 음식이 많단다. 마지막으로 노란 토마토와 녹색 토마토를 내와 눈길을 끌었다. 뭔가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이시(黑石) 시에 있는 사과연구소가 우리의 다음 방문지였다. 1875년 사과가 도입되기 전에는 알이 작은 일본 사과만 나왔다. 서양에서 들여온 사과를 헤이카(苹果)라 달리 부르다가 나중에 링고(りんご)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단다. 이 연구소에는 30명의 연구원이 후지(ふじ)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오모리 현에서 일본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급한다니 사과 재배가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만 했다.

 

회의실 테이블에는 연구소에서 생산한 여섯 종류의 사과가 시식용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도키(トキ), 키타크레나이(北紅), 치유키(千雪), 세카이이치(世界一), 호쿠토(北斗), 호시노긴카(金貨) . 모두가 당분이 높고 맛도 좋아 좀체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과나무의 수명은 보통 30~40. 하지만 연구소 내 사과 재배지에 109살 먹은 사과나무가 있다고 해서 모두들 나가 보았다. 1901년 심었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품종은 국광. 나이 먹은 고목답게 축 늘어진 모습이 좀 불쌍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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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C-eh 2013.09.19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 보이는 분이 허영만 선생님 맞나요?
    지금 동생과 사진 보면서 맞네 아니네 하고 있는데.....

    일본여행편 흥미진진(?)하게 잘 보고 있어요.

  2. 보리올 2013.09.19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분이 맞다고 하셨나요? 저는 맞다고 하신 분한테 한 표 걸겠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